금융권, 구조조정 한파 분다… 명퇴, 희망 퇴직 속출


금융권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내년에 유럽 재정위기의 증폭과 당국의 수수료 규제 등으로 실적 부진이 우려되자 위기 대응 차원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선 올 연말과 내년 연초에 감원 규모가 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 130여명을 상대로 준정년 퇴직제를 시행한다. 정년에 가까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희망퇴직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조건에 대해선 노조와 협의중이다.우리은행은 내년 4~5월에 전직(轉職) 지원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직원이 퇴사한 뒤 새 직장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농협은 작년보다 130명 늘어난 521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최근 받았다. 지난 9월에 하나은행은 378명에 대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내년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추가 구조 조정 가능성이 크다.

농협중앙회 명예퇴직자도 521명에 달했다. SC제일은행은 전체 직원의 12%에 달하는 800여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한국씨티은행은 100여 명을 구조조정하려다 노조가 반발하자 유보했다.증권업계에도 공식ㆍ비공식적인 퇴직 압박이 거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이사급 이상 간부 10여명을 최근에 교체했다. 삼성증권도 직원 10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도 30~40여명의 장기근속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떠나보냈다.

보험과 카드,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생명은 최근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지난해보다 200명 가량이 많은 400여명이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150여명을 희망퇴직시킬 계획이다. 다른 보험ㆍ카드사들도 비공개로 명예퇴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금융권이 연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내년에 예고된 실적 부진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내년 순이익은 모두 올해보다 평균 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이중 우리금융(1조9724억 원) 감소 폭이 11.41%로 가장 크고 KB 7.87%(2조4828억 원), 신한 5.7%(3조368억 원), 하나 12%(1조3947억원) 등의 비율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 외에 나머지 3개 금융지주의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의 경우 대형사의 순이익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프라임브로커와 헤지펀드 업무 등에서 소외된 중소형사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조정실장은 "은행의 경우 이자수익이 전체의 80% 정도 된다. 내년도 경기전망이 좋지 않아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수수료 수익도 사회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올해보다 늘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특별히 좋아질 만한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