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 활성화 위해 전문브랜드가 나서야

특별기고 - 제임스 탄
최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 사이에서 한국의 애프터 마켓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회사가 차량을 판매하고 난 이후 용품, 튜닝, 정비 서비스 등 차량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총칭해 ‘애프터 마켓’이라고 한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튜닝 쇼인 ‘세마쇼(SEMA SHOW)’에 참석한 필자는 애프터 마켓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로부터 흥미로운 질문들을 받았다. 그들이 궁금한 건 ‘지금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적기인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칼슨(Carlsson)’은 벤츠 차량을 베이스로 튜닝 파츠와 풀 튜닝을 마친 컴플리트 카를 생산하는 전문 브랜드다. 한국시장에는 지난 5월 진출했고, 서울오토살롱에 참가해 한국 고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우리의 성적표가 궁금했던 것이다.

칼슨이 한국에 진출할 때도 같은 고민을 했다. 한국의 튜닝 문화는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활성화돼 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가장 큰 고민은 ‘튜닝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한국 법규의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아직 한국 애프터 마켓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에 매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 대국이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제품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한국산 자동차가 진출한 다른 시장에서도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중국과 인접해 있어 동반 진출을 고려하기에 충분하다. 고객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칼슨의 경우 한국시장은 마케터가 찾은 신흥시장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가 칼슨 브랜드를 발견했고, 제품 구매를 직접 요청했기 때문에 마케터가 한국시장을 알게 된 것이다. 필자에게 질문한 마케터들 역시 한국 소비자가 이베이 등 온라인을 포함해 직접적인 주문을 거쳐 한국시장에 제품이 소규모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진출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튜닝은 음성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해당 국가의 정확한 시장 규모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튜닝을 포함한 각종 애프터 마켓 제품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으며 기술 발전을 이어왔기 때문에 제품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튜닝은 출력 향상만이 전부가 아니다. 자동차가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것이라면, 튜닝은 더 잘 달리고 더 잘 멈추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 관련법을 살펴보면 손을 봐도 되는 부분과 손을 보면 반드시 해당기관에 신고해야 할 부분, 애당초 손볼 수 없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결론적으로 해당 브랜드 제품 중 한국 실정과 법규 안에서 판매를 시작한다면 한국시장 진출의 적기는 지금이다. 고객은 있고 주변 상황의 변화 움직임도 있다. 법안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 등 한국의 자동차 관련법 개정을 위한 논의도 있다.이제 전문 브랜드들이 나서야 한다. 튜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많은 국가의 튜닝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한국의 경우 소규모 장착점이 유명 튜닝 브랜드의 총판권을 딴 후 수익성이 크지 않으면 흐지부지 사업을 접었고 사후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에 단기간의 고수익만 고려한 점도 영향이 크다.

그래서 칼슨은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 온 소규모 장착점을 통한 제품 공급이 아닌 합법적으로 튜닝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포함한 한국 진출을 결정했다. 튜닝 파츠 장착이 무조건 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변경신고 등 한국 정부는 안전성이 확인되면 허용하고 있다. 귀찮고 어려운 행정 서비스까지 제공해 튜닝을 양성화시켜 시장을 키워야 하는 것이 전문 브랜드가 당연히 해야 할 마케팅이다.

제임스 탄 <칼슨아시아퍼시픽 마케팅 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