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40代의 길…'직장이냐, 마이웨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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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손자병법“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약점을 노출하고 만다.” “싸움에서 살아남으려고 자신의 안위만 걱정한다.” “용기만 갖고 무작정 돌격하다 실패한다.” “원칙을 고집하다 실속을 놓친다.” “인정에 얽매여 과감한 추진력을 잃고 만다.”
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328쪽 │ 1만4000원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손자병법》에 나온 ‘장수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위험’을 제시했다. 손자는 “전쟁은 ‘전쟁의 조건’과 ‘장수의 자질’로 판가름난다”고 했다. 진짜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이길 만한 싸움만 한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명장 한신처럼 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싸움에서는 적장에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게 진짜 용기다. 40대에 읽는《손자병법》은 ‘생존의 기술’이자 ‘비겁의 철학’이다. 오늘날 조직과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담은 ‘공존의 철학’이기도 하다.《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고전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처세술과 경영학이다. 정치와 경영의 바이블인 《손자병법》을 인생을 어느 정도 경험한 사십줄에 읽으면 젊은 날에 놓쳤던 행간의 가르침을 간파할 수 있다. 예전에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로만 받아들였던 것을 이제는 경쟁자를 동반자로 존중하는 정신까지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 처절한 삶의 전쟁에 내몰리면서 동시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40대들에게 주목을 끈 덕분이다. 직장인에게 마흔 살은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재정립하는 시기다. 직장에 승부를 걸어야 할지,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할지, 직장을 계속 다닌다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지위를 어떻게 참고 견뎌나가야 할지 이 책은 일정 부분 해답을 준다. 특히 인문과 자기계발서를 결합한 것이 주효했다. 너무 가벼운 자기계발서들에 흥미를 잃은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끌어왔다.
‘공존의 철학’을 끌어내 재해석한 대목이 돋보인다. 저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속이고 배신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진 《손자병법》에 경쟁자를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 사회에서 나 혼자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적과도 ‘동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속뜻은 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내용이 ‘공존’이라는 요즘 이슈와도 잘 부합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