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비즈니스 연결 R&D서비스 시장 키우면…논문서 잠자는 '기술'도 돈된다

'R&D 디자인' 시대 (1) 주먹구구 R&D는 그만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은 매년 국가로부터 수조원을 받아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R&D의 최종 목적은 신기술을 만들어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성과는 기대 이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7~2009년 전국 주요 대학 149개의 특허 출원은 3만366개에 달했지만 기업 기술이전 건은 3463개로 휴면율이 88%다. 교과부 산하 13개 출연연구소의 같은 기간 휴면율도 연 평균 82%다. 연구성과를 사업화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R&D 디자이너이자 코디네이터’인 R&D서비스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R&D서비스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R&D를 직접 혹은 위탁받아 하는 ‘연구개발업’과 컨설팅·기술시장조사 등을 통해 R&D 성공률을 높이는 ‘연구개발지원업’으로 나뉜다. R&D를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에 비유하면 연구개발지원업은 ‘등불’처럼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공공 혹은 대기업 쪽으로 치우친 국내 R&D 특성상 연구개발서비스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규모가 영세해 사업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업에 참여해도 각종 비용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

원전 관련 구축물 및 제품 검사업체 앤스코의 이종포 대표는 “독립적인 R&D를 수행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혁신형 중소기업이 잘 운영되면 기술역량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며 “대학이나 출연연과 달리 업체들은 사활을 걸지만 공공 쪽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뒤늦게 중요성을 알아차린 정부 각 부처는 지난해 9월 R&D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내 놨지만 아직 실현된 게 없다. 그나마 교과부가 올해 조속히 처리해야 할 법안 중 하나로 ‘R&D서비스업 진흥법’을 마련해 국회로 넘겼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 법은 R&D서비스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연구개발기획평가사 운영, 조세특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국회를 넘겨 내년 2월로 넘어가서도 처리가 안 되면 자동 폐기된다.

현재호 연구개발서비스협회장(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 대표)은 “이제 대학과 출연연만으로는 기술혁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논문에서 끝나는 R&D가 아니라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발굴하는 R&D서비스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R&D서비스업이 이미 활성화돼 있다. 노벨과학상 예측으로 유명한 과학기술정보 업체 미 톰슨로이터의 2009년 매출은 130억달러(15조원), 스위스의 자동차환경인증검사 업체 SGS의 매출은 43억달러(5조원), 미 기술중개 업체 나인시그마의 매출은 10억달러(1조1500억원)다. 특히 실패율이 높은 의약품 R&D를 민간에서 대행하는 CRO(Clinical Research Organization)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2010년 기준 국내에 신고된 R&D서비스 업체 중 한국전력기술과 큐알티반도체를 뺀 기업들의 평균 매출은 12억원에 불과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한경ㆍ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