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고용 지표론 개선 됐지만 전문직·비정규직 함께 늘어 '양극화' 심화

고용평등지표 58.7%로 호전
임금·승진 등 男과 격차 여전
지난해 성별 고용평등지표가 58.7%를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소폭 개선됐다. 또 ‘유리 천장’은 여전하지만 관리직으로 올라서는 여성 비율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은 공공부문 및 전문직 진출 확대와 동시에 비정규직도 증가하는 양상이어서 여성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0년 성별 고용평등지표’를 발표했다.

◆여성 직업안정성 조금씩 개선지난해 성별 고용평등지표 상승폭은 1.8%포인트로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고용평등지표는 2000년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02년 ‘카드대란’ 이후인 2003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에는 하락했다. 경제불황의 타격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받았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경제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평등지표도 많이 나아졌다.

4개 하위지표 가운데 남녀 간 상용직 비율을 나타내는 직업안정도는 3.6%포인트 오른 70.4%를 기록했다. 관리직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위상도도 3.4%포인트 오른 13.1%를 나타냈다. 관리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전체의 0.47%로, 3.60%인 남성과 격차가 여전했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남녀의 노동시장 참여 정도를 비교하는 노동참여도와 시간당 임금의 차이를 비교하는 노동보상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경훈 노동부 여성정책과장은 “여성 취업자가 상용직 임금근로자로 진입하는 추세여서 직업안정도의 증가폭이 컸다”고 말했다. ◆전문직과 비정규직 함께 늘어 ‘양극화’

고용평등지표상으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양극화는 남성보다 더 심화되는 추세다. 여성의 일자리는 보건교육서비스 등 공공부문과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 전문직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비정규직에서도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2000년 이후 여성 노동시장의 변화’ 자료에 따르면 여성취업자 가운데 전문직은 20.5%로 2000년 13.7%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아울러 단순노무 종사자도 11.2%에서 16.8%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판매·서비스직 및 자영업자가 줄면서 여성 노동시장이 양극단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비정규직 증가속도도 빠르다. 상용직 임금근로자 가운데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 27.6%에서 올해 28.0%로 큰 변화가 없으나 여성은 37.5%에서 41.7%로 크게 늘었다. 출산 육아 등으로 30대 고용률이 줄었다가 40대 들어 단순노무직 중심으로 취업이 이뤄지는 ‘M’자형의 여성 취업패턴도 여전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인력정책연구실 김태홍 실장은 “전문직과 함께 보육교사 간병인 등 공공서비스 분야 여성 일자리가 늘어 평등지표가 소폭 개선됐다”며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보다 낮고 관리직으로 올라서는 기회도 적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 고용평등지표

고용부문에서 남녀의 지위가 얼마나 비슷한지 나타내는 지표. 100%에 가까울수록 차별이 적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