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골프회원권 값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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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신설 규제에 가격 폭등…10년 전 한국 상황과 비슷최근 베트남에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0여년 전 국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오르면서 ‘묻지마 투자’가 이뤄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골프 회원권을 유일한 재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서 재산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골프장 회원권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하노이 주변 골프 회원권은 2004년 6000달러에서 최근 3만달러로 폭등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연 소득 1200달러를 감안하면 엄청난 오름세다. 브로커인 트루옹 탄 후웬 씨(27)는 “남쪽에 있는 냐짱 골프장은 얼마 전 1만9000달러에 회원권이 팔렸는데 현재 2만5000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며 시장 상황을 전했다. 베트남에서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도 딩 투이 씨(48)는 “금을 사는 것보다 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세 번째 골프회원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베트남 공산당이 신설 골프장 증설을 제한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곡물가가 상승하고 국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농지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전국적으로 골프장 증설 숫자를 동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골프장 신설 규제는 오히려 골프회원권의 가치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정부는 공무원들이 골프를 치면서 도박을 하고 일에 태만해진다며 골프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딩라탕 신임 교통부장관이 교통부 고위 간부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베트남의 골프장 이용 요금은 비회원일 경우 주말에 한국 돈으로 1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상당수 골퍼가 내기 도박을 즐겨 최소 20만원 이상 내야 골프를 즐길 수 있다. 20만원이면 국장급 고위공무원 급여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부분 ‘접대골프’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프장 회원권 투자는 위험스런 투기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일본 골프회원권 시장이 붕괴된 이후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골프를 즐기는 데 그렇게 비싼 회원권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