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이희호·현정은, 김정은 메시지 받을까

평양 도착…김정일 조문

李여사 "남북관계 개선 기대"
북측 예의 갖춰 영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했다. 우리 정부의 용인하에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측 인사의 조문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인솔하는 남조선 조의방문단이 26일 개성을 통과해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밝혔다.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오전 8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으며, 북측 차량으로 갈아탄 뒤 8시53분 평양으로 출발했다. 이 여사는 방북에 앞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을 통해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사 측은 방북길에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만날지, 정부의 대북메시지를 가져가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순수한 조문”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특별한 언급 없이 이 여사 옆에 서 있다가 차에 올라탔다.

북측은 극진한 예우를 갖춰 맞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이 여사와 현 회장 등을 영접했다. 숙소는 북한의 최고급 영빈관인 평양 백화원초대소가 제공됐다. 백화원초대소는 2000년과 2007년 제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ㆍ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조문 방북단은 북측이 주재하는 오찬을 가진 뒤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가 김 위원장을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과의 면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조문단을 직접 면담하면 남측의 주요 인사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가 된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북한에서 파견된 조문단은 유족인 이 여사와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아직 20대 청년이라는 점에서 이 여사와 현 회장을 직접 맞기보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대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조문단이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남북 간 화해와 교류협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문단은 27일 오전 8시께 평양을 출발해 개성을 거쳐 귀환할 예정이다. 이 여사 측은 귀환 도중 개성공단에 들른 뒤 오후 3시쯤 MDL을 통과해 돌아온다. 현 회장 측은 이보다 앞서 낮 12시20분께 귀환할 계획이다.

이 여사 측에선 아들 홍업ㆍ홍걸 씨, 큰며느리, 장손, 수행원, 주치의, 경호관 등이 수행했다. 현 회장 측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 등 현대아산ㆍ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함께 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