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실 뒷거래 예산, 의원 실명 공개하라

내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회는 29일까지 감액 및 증액 심사를 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결을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예산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여야가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삼아 예산 심의를 재개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일단 연내 처리를 못해 사상 초유로 준예산을 짜야하는 불상사는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국회가 시한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소위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어 더욱 그렇다. 예결위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여야를 통틀어 무려 1700여개의 예산 증액 요청이 들어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를 모두 들어주려면 내년 정부예산의 7%에 해당하는 23조원이나 필요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국회의원들이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물밑으로 지역구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쪽지예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예산에 낭비요소는 없는지, 사업은 타당한지 등을 심의하고 삭감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임무이건만 공천과 당선에 목을 맨 국회의원들에게 예산 절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탓이다. 오히려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따내느냐가 의원의 영향력과 의정 성과를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하는 현실이다. ‘형님예산’이니 ‘실세예산’이니 하는 말도 다 그래서 나온 것이다.

쪽지예산은 시간이 지난 뒤엔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1992년 5억원의 쪽지예산으로 시작했다 막대한 적자를 낳아 올해부터 20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 부산~김해간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더 이상 이런 말도 안되는 문제가 반복되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쪽지예산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증액이 이뤄질 때는 반드시 이를 요구한 의원, 해당사업, 증액되는 예산을 모두 공개하고 토론하도록 의무화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가 의원들의 이익집단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이상 이를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