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CD 불황' 쓰나미…삼성-소니 '최강 동맹' 끝내 해체

'S-LCD 합작' 8년 만에 청산

소니, 8분기 연속 TV 적자…"합작 끝내자" 먼저 제안
'삼성 견제' 심리도 작용한 듯

삼성 "일부 제품 계속 공급"…S-LCD 라인 전면 재조정
전 세계 TV 업체들이 브라운관을 대체할 차세대 TV 양산을 시작한 2004년. 삼성전자와 소니는 그해 초 경쟁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협력사업을 발표했다. 총 2조원을 투자해 40인치 크기의 TV용 LCD패널을 양산하는 합작사 S-LCD를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글로벌 전자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삼성전자와 세계 TV 1위 소니가 손잡자 전 세계 TV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내에선 ‘적과의 동침’이라며 소니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일본 TV의 자존심’인 소니가 ‘극일(克日)의 선봉장’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다.경쟁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4년 S-LCD를 설립한 삼성전자와 소니는 단숨에 세계 TV 시장 트렌드를 바꿨다. 2005년 7세대(1870×2200㎜) 패널, 2007년 8세대(2200×2500㎜) 패널을 연달아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LCD TV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랬던 삼성전자와 소니가 S-LCD를 8년여만에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소니 8년 만의 결별 왜?

삼성전자와 소니가 S-LCD를 청산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TV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2004년 개화한 LCD TV 시장은 2009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TV용 대형 패널 최대 제조사인 S-LCD를 통해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LCD TV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그런데 2009년 하반기 이후 LCD TV 수요가 급감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전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니 입장에선 TV가 예전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S-LCD를 통해 패널을 대량 공급받을 필요성이 점점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소니는 올해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TV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만 7조원에 육박했다. 점유율도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올해 3분기 세계 평판TV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8%인 반면 소니는 9.9%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사정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TV 수요 감소에 따른 패널가격 하락 여파로 LCD패널사업부는 올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이에 따라 두 회사는 S-LCD를 청산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첫 단계로 올 4월 총 60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앞서 합작사 설립을 주도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2008년 6월 S-LCD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소니가 TV사업 재편 차원에서 S-LCD 투자에서 발을 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소니는 지난달 1일 기존 TV사업부를 △LCD TV 사업부 △차세대 TV 사업부 △아웃소싱 사업부로 분할하는 계획을 내놨다. S-LCD에서 공급받는 패널물량을 줄이는 대신 대만업체들에 외주를 맡겨 TV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패널 경쟁력 유지될까S-LCD 청산 결정으로 관심은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사업재편에 쏠린다. S-LCD는 40·46인치 대형 패널을 월 250만장씩 만든다. 이 가운데 절반을 소니에 공급했는데 이번 청산 결정으로 주요 공급처가 없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S-LCD 청산 이후에도 소니와 전략적인 차원의 패널 공급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S-LCD를 두고 있을 때는 대형 TV용 패널만 소니에 공급했는데 내년에는 대형 패널과 함께 모니터, PC 등 중소형 패널 공급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니와 2년 이상 장기 공급계약을 맺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S-LCD의 대형 패널 생산라인도 전면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7·8세대 대형 라인 중 일부를 모니터용 패널라인 등으로 개조해 생산 품목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LCD는 설립 초기 계약에 따라 TV용 패널만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용 패널 등 제품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었다”며 “패널사업부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S-LCD 청산으로 얻을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