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2] 이젠 헤지펀드 시대…'중위험·중수익'이 화두

(2)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적인 정권 교체 바람, 북한 리스크 등 새해 국내 경제를 둘러싼 변수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경영 원칙을 고수할 생각입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51·얼굴)의 새해 경영전략은 확고하다. “힘들수록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올해도 그랬다. LIG건설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를 비롯 주식연계증권(ELW) 스캘퍼(초단타매매자) 사건, 자문형 랩의 추락 등 대형 이슈가 증권업계를 뒤덮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만은 어디에도 연루되지 않았다. “정도경영이란 원칙을 지킨 덕분”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011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국제회계기준(IFRS)상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1162억원)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같은 원칙 덕분이다.

유 사장은 새해 상반기를 시련의 계절로, 하반기를 도약의 시기로 내다봤다. 상반기가 걱정되는 것은 유럽 위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위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유럽 위기가 악화될 경우엔 코스피지수가 1650선 근처까지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올해 선보인 한국형 헤지펀드처럼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도 손실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고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유 사장은 덧붙였다. 그는 “상반기에는 선진국을 대신해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이 긴축 완화와 경기 부양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며 “하반기 유럽 위기가 진정되면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전망하는 연간 코스피지수 최고치는 2250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와 북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점도 국내 경제의 부담으로 꼽았다. 유 사장은 “내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중 11개국에서 대통령 선거(또는 총선)가 실시된다”며 “경기 부양을 놓고 정치권이 갈등을 보이면 정책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발생할 단발적인 사건들이 한반도의 긴장도를 높이고 증시와 환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외국인이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돈을 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증권업계에 대해서는 ‘전쟁터’로 비유했다. 유 사장은 “증권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얼마나 잘 내놓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개인을 상대로 한 채널 네트워크(영업망)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이 진정한 1등으로 가는 길”이라며 “그런 과정에서도 특정 금융상품으로 고객을 지나치게 유도하는 것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상반기 자문형 랩 잔액을 고객 자산의 10%,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의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등 선제적인 위험관리로 눈길을 끌었다. 투자자들에게는 내년 기대수익률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유 사장은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어느 한 자산에 ‘몰빵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단기 수익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실률이 제한적인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007’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따 ‘전설의 제임스’란 별명을 지닌 유 사장은 “새해는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으로 나아가는 데 국내 1등 증권사의 입지를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서정환/노경목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