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북 和戰 양면전략 펼칠 때
입력
수정
북, 체제유지·개혁개방 고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긴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 사람들의 눈물이 과연 진심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계자로 옹립된 스물여덟의 김정은이 확고하게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에선 탈북자의 말을 인용하며 거짓 또는 과장된 눈물로 의심하기도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그들의 눈물이 대부분 진심을 담고 있으나 일부는 강요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총체적 대비책 가동해야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반면, 왕조체제와 군사지배를 복합시켜 유일 수령의 결사 옹위만이 살 길임을 강조해 온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도자를 여읜 인민들의 통곡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울부짖는 현상을 두고 거짓이라 하기도 집단광기로 해석하기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은 건 매한가지다. 분명 살아남으려는 절규이기는 하겠지만.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실제 상황이 그와 판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정부가 혹 이 점과 관련해 오류를 범하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일면 수긍이 가지만 아무리 꽉 막힌 정부라도 김정일 사망만으로 급변사태가 일어나리라 예상할 만큼 나이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정은이 나이가 어려 북한정권을 안정적으로 영도해 나가기 어렵지 않은가, 어쨌든 당분간은 장성택·김경희의 섭정 또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불가피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과 1인 절대자가 마치 왕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북한의 유일지도체제를 잘 모르는 판단이라는 반론이 엇갈렸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확실해 보이는 전망은 생각보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안정적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싫건 좋건 중국을 위시한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혼란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선택도 급변사태보다는 한반도안정과 북한의 개혁·개방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선택이고 북한의 미래다. 그래서 우리의 두 번째 의문은 곧 세 번째 의문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지속가능한가. 북한은 과거의 고립과 퇴행에서 벗어나 효과적인 개혁·개방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국익과 역할인식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대규모 경제원조를 한다는 등 유난을 떠는 중국의 행보는 단기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소프트랜딩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은 미국과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 존립을 기하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은 결국 인민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에 남측의 문상 관련 태도를 시비하며 막말을 해대는 것이 과연 명예로운 상주의 예의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싫든 좋든 북한의 미래에 남한은 긴요하다. 내부용이든 외부용이든 뿔내며 남측을 비난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북한의 미래는 여전히 체제 존립의 위협과 개혁·개방의 요구가 상충하는 딜레마로 막혀 있다. 이 딜레마는 김정일 사후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그럴수록 심기를 굳건히 해 북한의 불확실한 미래, 그 화전 양면에 주도면밀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테러에 대해서는 마치 평화회담의 여지가 없을 듯 단호히 대처하고, 평화회담을 할 때는 마치 테러가 전혀 없을 듯 임한다는 화전 양면 전략(two pronged strategy)을 구사했던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의 지혜가 필요하다. 화전 양면 총체적 대비계획을 가동시켜야 할 시점이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