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안 제목만 통과시킨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겠다는 구두 설명만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얼렁뚱땅 통과시켰다. 법조문은 고사하고 제목만 있는 그야말로 ‘법안도 아닌 법안’이 처리되고 만 것이다.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상생협력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시장경제 원리를 깡그리 무시한 그야말로 악법이 통과된 것이다. 말이 법안 통과지 내용은 법안 제목의 통과라는 희한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통합당 소속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긴급 안건이라며 합당한 절차들을 모두 무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긴급을 요하는 게 아니라 논란이 너무도 많아 충분한 토론이 필요했다. 자구 하나하나에 따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민감성이 매우 높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전경련은 물론 자동차공업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협회들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적합업종 법제화 법안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었다. 중견기업연합회도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부 의원들이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했다고는 하나 결국 국회 지식경제위원들 모두가 슬로건만 있는 것을 그것도 법이라고 통과시킨 것이다.

소관부처인 지식경제부라고 다를 게 없다. 홍석우 장관은 당초 민간자율을 들먹이며 적합업종 법제화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 하지만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고 업계의 반대가 쇄도하는데도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외국업체들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던 과거 중기 고유업종제도의 폐해가 그대로 되풀이되는데도, 소관부처 장관은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을 때려 표를 얻어보자는 얄팍한 의원들의 준동이 걱정된다. 지경위는 지금이라도 엊그제의 파행을 인정하고 무효화한 다음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