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지점장 11명 한꺼번에 이탈한 까닭은?

금융가 In & Out

무리한 영업 드라이브에 부담
설계사 추가 이탈도 잇따를듯
메리츠화재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복합채널(TC)지점의 지점장 11명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 울상을 짓고 있다.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실적에 부담을 느낀 TC지점장 11명이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 빠져 나갔다. TC지점이란 보험설계사가 전화를 통해 상담한 뒤 소비자와 직접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영업 방식의 지점을 말한다.

텔레마케팅과 인터넷 판매의 장점을 결합한 TC지점은 손해보험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최초로 도입했으며 생명보험업계에서는 AIA생명과 미래에셋, 신한, 금호, 동양생명 등이 도입했다.메리츠화재는 전체 90명의 TC지점장 가운데 11명이 나가 약 12.2%의 관리자급 인력 유출이 발생하게 됐다. 보통 1명의 지점장이 빠져 나가면 하위 보험설계사 수십명이 한꺼번에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인력 유출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통 업계에서 지점장급 1~2명이 나가는 것은 매년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꺼번에 11명이나 빠져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제악화로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실적요구가 오히려 고급 인력의 누수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특별지원금과 추가적인 운영비 등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인력 빼오기에 나선 것도 메리츠화재의 인력 이탈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TC지점을 도입해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오히려 스카우터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최근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부담을 느낀 인력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당초 TC지점을 기반으로 상위권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TC지점의 고급인력들이 중하위 손보사로 대거 이탈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