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수출 첫 1조유로…EU서 '나홀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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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약세로 수출 급증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번지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단 한 국가만은 예외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조유로(1515조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BMW 벤츠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직원들의 성탄절 휴가를 줄일 정도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로 프랑스(1.6%), 영국(0.9%), 스페인(0.7%)을 크게 웃돈다. 독일이 이처럼 잘나가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유럽 재정위기 영향이 크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수출이 늘어나면서 독일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 것.
제조업체들 "내년에도 호황"
일자리 6만여개 새로 생겨
주변국들 "위기 즐겨" 비난도
◆내년 일자리 6만개 증가독일 상공회의소(DIHK)가 최근 자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내년에도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500인 이상 고용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22%는 내년에 사업이 더 좋아질 것으로 봤고, 61%는 적어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예상했다. 독일 전기전자제조협회(ZVEI)도 내년 회원사 매출이 5% 늘어나 1900억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유로 수출액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28일 보도했다. 취업인구 역시 사상 최대인 4160만명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DIHK는 내년 독일에서 일자리 6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의 호황은 이웃나라인 프랑스, 영국 등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프랑스는 지난달 월간 실업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중앙은행은 물가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께 자금을 시중에 푸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가디언은 “독일 기업들과 대조적으로 영국 기업들은 일감이 없어 성탄절 휴무를 늘렸다”고 전했다.◆유로화 약세가 호재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 중 하나인 그리스는 유로화 도입으로 인해 재정위기가 심하게 꼬인 케이스다. 드라크마화를 버리고 가치가 훨씬 높은 유로화를 채택, 강점이었던 농업 부문이 수출경쟁력을 잃었다. 물가가 폭등해 관광객도 줄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해외에 국채를 내다 판 그리스 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독일은 그리스와 반대의 경우다. 마르크화를 쓸 때보다 유로화 도입 후 화폐 가치가 떨어져 제조업체들이 수출에 유리해졌다. 게다가 유로존 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자 독일 기업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토비어스 블래트너 다이와캐피털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유로존 수출은 줄었지만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늘었다”며 “유럽시장 붕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BMW의 경우 전 세계 판매량 중 중국의 비중이 지난해 11.5%에서 올해 14.5%로 늘었고, 포르쉐의 올해 중국 판매증가율은 70%에 달했다.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것도 독일의 강점이다. 독일 인구는 8200만명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가디언은 독일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53%라고 설명했다.
내수와 수출 비중이 50 대 50으로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어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