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1호 경제·경영시험 TESAT] 2012년 세계경제 '먹구름'

노택선 교수의 생생경제 (19)
내년 경제성장에 대한 대내외 경고음이 심상찮다. 그동안 세계 경제와 더불어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큰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 경제마저 ‘하방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세밑이 우울하다.

좀처럼 나쁘게 경기를 전망하지 않는 정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7%로 내다봤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 3.8%보다 낮은 것이고, 심지어 일부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다도 낮다. 정부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일각에서는 올바른 현실 인식을 통해 시장의 잘못된 기대를 바로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정부마저도 성장의 끈을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의 폭을 낮춰 잡게 된데는 세계 경제 불안과 이에 맞물려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번지고 있고, 그 해결이 쉽지 않아 내년에도 어두운 구름을 걷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11월 중 소매판매 증가율이 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져, 연말 쇼핑시즌에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회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무산되고 내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Fed) 또한 하방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추가 부양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소비 부진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구조가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GDP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에다가 수출을 더하고 수입을 뺀 것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선에 달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닫는 데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거나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할 때는 늘 소비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그리고 비중있게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GDP에서 소비의 비중이 51.8%(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훨씬 작은 반면 수출 비중은 49.3%로 소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면서 미국에 비해 훨씬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관한 설명이나 경기 전망에서는 소비와 함께 수출이 늘 중심에 있는 것이다.그런데 미국 경기가 나빠지고 유럽 경제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 경제의 내년 전망이 좋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연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나,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대외 경제여건이 때로는 경제를 어렵게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