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은 感이 달라…김정일 사망도 예측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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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정보기관 전문성 부족" 꼬집어서울 염리동 365㎡ 크기의 NK지식인연대 사무실. 상주하는 직원은 10명이다. 새터민 모임인 이 단체의 김흥광 대표(51·사진)는 조선중앙통신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공식 발표(지난 19일 낮 12시)보다 19분 빠른 오전 11시41분, 홈페이지에 “김정일 사망 보도를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올렸다. 올해만 1조원가량의 예산을 쓴 국가정보원보다 정보가 빨라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28일 기자와 만나 “북한에 대한 고급 정보를 얻는 데 반드시 대단한 물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예측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는 “북한중앙텔레비전만 면밀히 봤어도 맞히는 게 가능했다”고 답했다.“북한은 최근 김정은 체제 출범을 앞두고 강력한 군사적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방송을 많이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19일 오전 중대 보도 예고방송을 한 뒤로 갑자기 김 위원장의 생애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더군요. 새터민들은 북한에서 몇십년을 살았던 터라 감각이 남달라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챕니다.”
낌새를 챈 김 대표는 즉시 전 직원을 소집해 비상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북한 당국이 특별방송을 단체 시청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모았다면 김 위원장 사망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대표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오전 11시30분 북한에 있는 통신원을 연결했고, “지금 모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곧바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
김 대표는 “남한 정보기관도 민간단체와 소통하며 취할 건 취해야 하는데 그런 걸 전혀 안 한다”며 “김 위원장 사망 뒤에도 지금까지 통일부나 국정원 등에서 정보 협력을 하자는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보기관은 새터민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북한 방송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며 “인사이동이 잦은 것 같은데 북한 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을 계속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새터민과 협력함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 대표는 2008년 50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북한의 민주화’라는 기치를 걸고 NK지식인연대를 꾸렸다. 그 자신도 2003년 탈북해 이듬해 남한에 입국한 새터민이다. 북한에서 대학 교수로 일하다 체제에 환멸을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 함흥 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학과장)을 지내던 2002년, 남한에서 지원물자로 보낸 컴퓨터를 받은 게 발단이 됐다. 그는 포맷됐던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그 안에 있던 전자책과 영화를 탐독했다. 김 대표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 감상을 전했다. 특히 앨빈 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은 그에게 북한 체제의 낙후성을 실감케 한 책이다. 이듬해 기밀자료 관리를 맡았다가 한국 드라마 CD 등 회수물품을 친구에게 빌려준 것이 적발돼 집단농장으로 쫓겨났고, 탈북을 결심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