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통큰 기부' 확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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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이상 고액기부 '아너 소사이어티'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방송인 현영, 최신원 SKC 회장,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내 최대 법정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이라는 점이다. 1998년 설립된 공동모금회는 ‘세 개의 빨간 열매’로 불리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만 41명 가입…4년새 83명 달해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하기 위해 2007년 12월 출범한 아너소사이어티는 다음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회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이 계속됐던 올해엔 회원 수가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공동모금회는 28일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41명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고 발표했다. 2008년 6명, 2009년 9명에 이어 지난해엔 27명이 새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올 한 해에만 기존 3년간의 회원 수(42명)에 육박하는 41명이 대거 가입한 것이다.
지난 27일엔 아너소사이어티 81~83번째 회원인 문종술 변호사(75), 여영진 씨(71), 진태준 전 대진공업 대표(69)의 가입식이 열렸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추후 예정된 회원의 가입과 문의 추세로 본다면 신년 설 명절 전에 100번째 회원 가입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너소사이어티는 미국 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1984년 2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현재 2만5000여명의 자발적 회원을 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한국의 아너소사이어티는 출범 후 6개월이 지나서야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이 처음으로 가입하는 등 회원 확보에 어려움도 겪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개인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았다는 게 공동모금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1억원이 넘는 큰 돈을 내놓는 기부자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 이름 공개를 꺼렸던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반인의 기부문화가 점차 확산된 데다 지난달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1500억원 사회 환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동모금회의 설명이다. 실제로 안 교수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발표한 지난달 이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회원은 올해 가입자 수의 절반이 넘는 25명이었다.
83명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엔 기업인(CEO)들을 비롯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회원들이 아직 많지만 20대의 대학원생 부자(父子) 회원 등 다양한 연령층이 새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기부야말로 곧 복지”라며 “국내의 열악한 개인고액 기부문화 환경 속에서도 나눔전도사가 돼 준 회원들이 앞으로도 나눔문화 전파에 앞장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