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시방재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자연재해 피해액 30년간 10배
총체적 재난관리 정부역할 커져
사전예방기법 연구·개발 강화를"

박양호 < 국토연구원장 >
최근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태풍, 집중호우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과거 유례가 드문 초대형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폭염, 폭설,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재해 유형도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전 지구 평균 상승폭(섭씨 0.75도)의 두 배가 넘는 1.8도가 상승했고, 강수일수는 18% 감소한 반면 강수량은 17% 늘어 집중호우 현상이 많아졌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해 집중호우로 인한 하천 유역, 도심지 등에 피해가 증가하고 가뭄,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8월 말 일본은 태풍 탈라스로 인해 와카야마현에서 5일간 총 강수량이 기록적인 1800㎜를 기록했고, 108명이 사망·실종됐다. 태국은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지속된 홍수와 치수사업 미흡 등으로 인해 차오프라야강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수도 방콕마저 물에 잠겼으며 산업, 기간시설 등의 피해로 경제손실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우리나라 자연재해 피해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자연재해 피해액은 1970년대 대비 약 10.4배, 1990년대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 금년 7월에 서울에서는 3일 동안 총 546㎜의 강우가 내렸다. 관악구는 시간당 110㎜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해 강남대로, 올림픽대로 등이 침수됐으며,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폭설 등이 빈번해짐에 따라 재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지난 8월 국무총리실에 범정부 차원으로 ‘재난관리 개선 민관합동 TF’를 구성·운영하고, 이달 9일에는 ‘기후변화 대응 재난관리 개선 종합대책’을 확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종합대책에 담겨있듯이 기상예측 및 예보능력을 향상시키고, 집중호우 취약성이 드러난 도시방재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 빗물처리시설의 대폭 확충, 도시하천 유역종합치수계획의 수립, 산사태 예방사업의 대폭적인 확대 등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범정부차원, 그리고 민관이 협력해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최초일 것이다.

지난 27일의 국토해양부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국무총리실 재난관리 개선과제를 더욱 구체화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도시의 재해예방 역량을 제고한다는 내용이 관심을 끈다. 앞으로는 도시계획 수립부터 재해 취약성을 분석해 토지이용계획, 시설배치계획 등에 반영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재해에 취약한 지역 내 도시계획시설의 입지를 제한하고, 별도의 설계기준이 없는 유원지 광장 등에 대한 설치기준을 정비하며, 공원 녹지 등에 방재기능을 부여해 도시의 재해위험이 해소될 것이다. ‘도시방재정책연구센터’를 설립해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도시재해예측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미국 등 선진국에서와 같이 첨단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사전에 예측하고, 방재도시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및 설계기법 등이 개발·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재해 취약성 분석 결과가 도시계획의 토지이용, 시설배치계획 등 부문별 계획에 반영된다면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한 기반 마련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이고 사전예방적으로 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예측하고, 방재도시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및 설계기법을 연구·개발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위험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재해를 고려하지 않은 도시 난개발을 철저히 방지함으로써 안전하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통해 특히 홍수에 취약한 하천변 저지대 등의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호 < 국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