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바람아, 게 섯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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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구름의 생김새는 소박하다. 여름이면 가끔씩 심술 사나운 먹구름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뭉게구름, 양떼구름, 새털구름처럼 온순하기 그지없다. 녀석들은 느긋한 천성을 타고나서인지 발자국도 사뿐사뿐 푸르른 산꼭대기와 하늘 밭 사이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락부락 거칠게 생긴 구름도 많다. 요 녀석들은 대부분 성질 급한 싸움닭이다. ‘볼록렌즈 구름’도 그중 하나. 미국 몬타나주의 황야와 산악지대에 자주 출몰하는 이 녀석은 바람을 만나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짱을 뜬다. 그렇지만 바람도 이에 질세라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둘은 서로의 샅바를 붙들고 티격태격, 마침내 거센 회오리바람을 만든다. 회오리가 구름을 감싸며 뱅뱅 돌다 보면 볼록렌즈 모양의 희한한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두 자연의 라이벌이 새해 벽두 미친산(크레이지 마운틴) 위에서 다시 만나 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싸워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멋진 구름이 만들어졌다. 일전불퇴의 패기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화다. 새해 새아침, 그 패기 본받을 만하지 않은가.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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