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용솟음…"금빛 희망·용기 녹여냈죠"

권지은 씨 용그림展
임진년 용띠해를 맞아 한국화가 권지은 씨(40·사진)가 용을 소재로 한 그림전을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펼치고 있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공부한 권씨는 미륵하생경변상도, 화엄사 삼신도 등 다양한 불화를 한국 전통 회화 방식으로 구현하는 작가. 불화의 현대적 해석을 모색하는 권씨가 이번엔 용 그림을 들고 나온 것이다.

“용은 띠 동물 가운데 호랑이, 닭과 함께 전통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농경사회에서 물을 다스리고, 나라를 지키는 상징으로서 예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지요.”권씨는 “용 그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용에 관한 고문서나 용 무늬가 남아 있는 고미술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탐구했다”며 “조상들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용 그림을 보며 한 해의 행운을 기원했듯이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좋은 꿈을 꾸라”고 권했다.

금가루와 은가루 등 고급스런 재료에 부조 형식으로 마무리한 작품들은 세련된 장식화처럼 다가온다. 용의 형상도 그렇지만 번쩍이는 금빛과 은빛이 어우러진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용솟음’이 느껴진다. 용을 차지게 묘사한 윤곽선에도 불교의 선(禪) 사상이 짙게 배어 있는 듯하다. 권씨는 “선 하나하나가 스님들의 선방 수행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불화에 등장하는 보살 이미지들은 세련된 선을 갖고 있다. 그는 “선을 잘 활용하면 평면적인 이미지보다 실제적인 느낌을 더 강렬하게 살려낼 수 있다”며 “용을 그리면서도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욕망과 리듬감, 에너지를 둥글게 응축해냈다”고 말했다.한국전통문화학교 강사와 비영리종교단체 ‘법화회’ 문화예술분과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불교미술은 상징적인 요소들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여지도 많다”고 덧붙였다.

‘용두용미(龍頭龍尾)’를 주제로 오는 20일까지 계속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검정 자주 빨강 파랑 등의 단색 화면에 그린 용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730-35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