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흠 이사장 "의사는 돈 멀리해야 돼"…故유일한 박사가 삶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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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랑스런의사상' 유승흠 이사장, 상금 1억 전액 기부“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의 마음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사회(나라)의 병까지 고치는 의사라고 합니다. 후배 의사들이 스스로 어떤 의사인지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66·사진)은 최근 이해 다툼이 치열한 의료계에 대해 “이해가 얽히고설킨 것에 비해 대화가 부족한 것 같다. 갑작스럽게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조정해나가면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한미약품·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시상한 ‘한미자랑스런의사상’의 올해 수상자다.한미자랑스런의사상은 국내 최고 액수(1억원)의 시상금과 권위를 자랑하며 ‘한국 의료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역대 수상자는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회), 수단 톤즈마을 고 이태석 신부와 알바니아 샬롬클리닉 심재두 원장(2회),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과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병원장(3회) 등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정책 분야는 특별히 부각되는 영역도 아니고 특정인 한 사람이 모든 공을 세웠다고 보기 어려운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보건·의료환경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상금 1억원을 전액 공익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0여년간 예방의학 분야에 투신해오면서 의료정책 전문가와 사회 활동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1970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뒤 거제도로 내려가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예방의학 분야에 뛰어들었다. 유 이사장은 예방의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큰 아버지가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다. 세상을 살면서 배워야 할 가치나 신념은 백부의 선행을 보면서 체득하게 됐다”며 “언제나 욕심을 줄이고 근면절약하라는 가르침이었다. 특히 의사가 돈을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생명을 다루는 일에 돈이 우선시돼선 안 된다는 뜻이었고 평생의 좌우명이 됐다”고 회고했다.의료계에선 유 이사장이 만든 거제의료보험조합을 국민건강보험의 시초라고 평가한다. 오늘날 전국 의과대학에서 지역사회의학을, 전국 간호대학에서 지역사회간호학을 가르치게 된 것도 이 사업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1999년 재단법인 한국의학원 설립을 추진, 의료계 최초의 공익법인으로 성장시켰다. 또 2011년에는 희귀 난치성 질환과 암·백혈병 등을 겪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한국의료지원재단을 설립, 초대 이사장을 맡아 의료 사각지대를 발로 뛰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