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학생 더 많이 창업해야…돈·기술은 구할 수 있어"

홍국선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의 '청년 창업론'

청년 창업 길 많은데 왜 취업에만 매달리는지
기업도 경쟁 이기려면 혁신적 아이디어 찾아야
“인문계열 학생들도 창업할 수 있습니다. 기술도 살 수 있고 자금 지원도 있지만 벤처기업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홍국선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54·재료공학부 교수·사진)는 청년실업 해소방안으로 창업을 거듭 강조했다. 공대 교수인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그간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여 21개의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생명대학 연구실과 SPC그룹이 합작, 설립한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식품가공업체 ‘SNS데어리’에 출자했으며, 곧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홍 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한국경제신문이 함께한 ‘대한민국 창업경진대회’도 기획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연구공원에서 만난 홍 교수는 인터뷰 내내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최근 대한민국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했는데 어떤 취지였나.“산학협력이라 하면 보통 대기업이 대학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연구소를 지어주는 것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양적성장 시대에는 기업이 하도급을 주듯 대학에 과제를 주고 기술을 구입했지만 이제는 그런 연구는 기업 자체 인력으로도 충분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젊은 창업자들을 통해 찾아야 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하거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창업 장려가 청년실업 해소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가.

“우리 국민 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다. 최소한 밥은 먹고 산다는 얘기다. 여유 있는 학생이 큰 꿈을 좇아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은 됐는데도 이 학생들이 스펙만 쌓고 평범한 직장에 비집고 들어가려고만 한다. 우리나라에 직업이 1만5000개가량 있지만 앞으로 평균 소득이 늘어나면 선진국과 같이 3만~4만개로 늘어난다. 기회도 그만큼 많이 생긴다는 얘기다. 따라서 진취적인 학생들이 창업에 나서면 나머지 일자리는 비는 셈이다.”▶기술이나 당장 아이디어가 없는 대학생들도 창업에 나설 수 있을까.

“공학 기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창업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이곳의 창업보육센터 학생 중에도 문과학생이 오히려 많다.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구할 수 있고 자금도 주선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하는 게 지금 가장 어렵다. 똑똑한 학생들이 있으면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회사에 신 사업부를 만드느니 새로운 사업모델로 창업하는 청년이 있으면 투자하겠다고 많이 제의한다.”

▶현재 청년 창업의 장애물은 무엇인가.“대기업이 기술만 사려고 벤처기업이 망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사람만 스카우트해서는 제대로 된 창업을 위한 토양이 만들어질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나 국가로서 손해다. 국내 업체들은 지분이나 기술을 외국 기업에 팔고 구글 같은 곳은 지속적으로 벤처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의 5%에 불과한 대학원에만 정부 지원이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학부생들에게도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할 말은.

“최근 미국 MIT와 워크숍을 가졌는데 우리 쪽에서는 교수들이 나갔지만 MIT에서는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대표로 나왔다. 국내 기성세대는 대학생이라도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대학생들도 스스로 부모에 의존하고 체제에 순응하려고만 하는 성향이 강하다. 기성세대도 반성해야 하지만 청년들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 창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길은 있다. 앞으로 창업지원 제도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