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 소비'가 한국기업엔 기회

"가격 대비 품질우수제품 유리해…미·EU와 FTA도 경쟁력에 도움
세계경제 어렵지만 가능성도 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 교수·한국협상학회장 >
임진년 흑룡의 해가 밝았지만, 세계경제 여건은 비관론이 많다.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유럽발 재정위기 공포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고,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경기부양에 실탄을 소진한 각국은 위기국면을 헤쳐나갈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금융과 실물 간 전이 과정에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올해 들어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간 동조화로 유로존 문제는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올 한 해 내내 경기불황과 저성장, 고용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금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1.5%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제시할 정도다.더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선거정국이 또 다른 경제교란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난에 고통을 겪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것이고, 연말쯤이면 형성될 정치 판도는 향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수출실적 악화 및 환율 불안, 가계부채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거시경제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유로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금융권이 자금경색 대책으로 가계부채 상환을 독촉하게 되면 가계도산과 경제불황 심화로 실업문제가 악화되면서 사회적 불만이 확산돼 결과적으로 선거정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요인을 찾을 수 있고, 어려운 해외시장에서도 틈새시장을 발굴할 수 있으며, 국제통상무대에서 상대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기업, 정부가 합심해서 대외경제의 기회요인을 활용하면 위기난국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은 스마트 소비가 우리 기업에 기회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제품은 중국산과는 가격경쟁력에서, 일본산 고급제품과는 품질경쟁력 열세로 고전했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우리 제품이 오늘날 스마트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수출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EU와의 FTA가 이행된 데 이어 오는 2월 한·미 FTA 시대가 열리면 세계 양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일본 등 경쟁국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다.

또한 해외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적응력이 높아진 가운데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KOTRA 등 수출유관기관들이 추진하는 전략적 통상정책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록한 교역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지경부는 수출 및 고용확대를 축으로 하는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KOTRA는 신흥국으로의 세계경제 중심축 이동을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업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 FTA 활용 및 해외진출 지원, 세계 녹색성장, 문화 콘텐츠, 글로벌파트너링 사업, 한류 활용사업 등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사업추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경제에 암초가 없었던 적이 없었고, 위기국면 후 세계경제에는 새로운 지형이 형성돼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여건이 나은 편이고, 위기극복 잠재역량도 높아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조만간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 교수·한국협상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