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가 수술·수업 병행하듯 産·學 한 몸 돼야"

허정석 울산대 산학협력 부총장의 '대학-기업 벽 허물기'

기업임원을 교수로 채용…인턴십 맡기니 취업률 높아져
인문계열로 산학협력 확대
“의대에서는 수술하는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현장에서 쓰이는 최신 기술을 전수할 수 있죠. 다른 학과들도 이처럼 산업 현장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교수들이 많아야 합니다. ‘산학협력’을 넘어선 ‘산학일체화’야말로 기업과 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입니다.”

허정석 울산대 산학협력 부총장(58·사진)은 3일 “산학협력은 단순히 대학에 돈을 벌어다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대는 지난달 산학협력단장을 부총장으로 승격시켰고 2007년부터 단장을 맡아오던 허 부총장을 초대 산학협력 부총장으로 임명했다. 허 부총장은 서울대 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금성사(현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통신(현 KT) 등에서 일하다 1986년 울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옮겼다.현장에서 대학으로 온 그가 절실하게 느낀 것은 ‘대학과 기업 사이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허 부총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교수가 몇 년씩 산업체에 가서 일하다 돌아오고 기업 임원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학협력단장을 맡자마자 김도연 당시 울산대 총장(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산학협력 교수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체 경력이 풍부한 인력을 교수로 채용하는 제도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대기업이 모여 있는 울산의 입지를 활용, 퇴직을 앞둔 기업 임원들을 ‘전임교수’로 모셨다.

정부가 올해 산업체 경력 10년 이상의 산학협력 중점 교수를 2000명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나선 것도 울산대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울산대에는 강성훈 전 기아자동차 부사장, 박경구 카프로 상무, 주봉현 전 울산시 정무부시장 등 29명의 산학협력 교수가 있다.제도 도입 초기에는 반대도 거셌다. 허 부총장은 “처음에는 기존 교수들이 산학협력 교수들에게 교수회의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밥 먹을 때도 끼워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산학협력 교수들이 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꾸준히 성과를 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산학협력 교수들이 낸 대표적 성과로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을 꼽았다. 울산대는 매년 150명가량을 기업에 6개월간 인턴으로 파견한다. 국내 대학 중 가장 큰 규모다. 비용을 대학에서 부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간 학생을 데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허 부총장은 “산학협력 교수들이 전 직장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리도 만들고 인턴십 기간 중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프로그램까지 짜주기 때문에 기업에서 울산대 인턴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지역 내 300여개 기업이 서로 인턴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골라서 보낸다”고 말했다.장기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년 취업률은 73.2%로 울산대 평균(61.1%)은 물론 전국 4년제 대학 평균(49.1%)을 크게 웃돈다. 산학협력 교수 제도의 또 다른 성과는 산학협력을 인문대와 경영대 등에도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허 부총장은 “스페인어를 전공한 학생은 무역회사에 인턴으로 보내 스페인어권 바이어를 만나는 일을 시키고, 경영대 학생은 제조업체에서 마케팅을 배우게 해주면 그게 바로 산학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