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유株, 유가 상승 반길 수만 없는 이유

'고유가 시대'에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흔히 정유주가 손꼽힌다. 유가 급등에 따른 가격 전가력이 높아 방어적인 매력이 부각되서다.

하지만 이번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반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격 전가력보다 이미 악화된 수요가 더 위축될 가능성을 우선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에 잠정 합의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 핵 개발과 관련한 지정학적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이란이 봉쇄할 가능성이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운반선의 20~30%가 통과하는 지역이다. 또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생산의 11%를 차지하는 세계 5위의 산유대국이다. 한국도 전체 원유수입의 10%를 의지하고 있어 유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다만 정유주의 경우 오히려 팔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란 제재에 따라 유가가 급등한다면 오히려 정유주를 팔아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은 수준에서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수요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3000원대로 올라 수요가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 상승기에 정유주가 상대적으로 좋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인 조건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유가가 오르는 것이 아닌데다 원재료 값의 상승으로 마진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앞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일시적으로 마진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유가가 이후 하락하면 그대로 이익도 뱉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제마진에 대한 우려가 주가 발목을 계속 붙잡고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중순 배럴당 3.5달러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정유주도 주도주 지위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전날 기준 S-Oil은 지난해 4월 29일 기록한 고점(17만원) 대비 38% 이상 조정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과 GS는 고점에 비해 각각 41.7%, 49.1%씩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재차 7달러 선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 연구원은 "신규 정제설비가 얼마나 증설될지가 관건이지만 OPEC 등 수치가 다 달라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상태"라며 "시장에서 얼마나 소화될 수 있을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 정유사 화재, 일본 대지진 등으로 국내 정유사를 둘러싼 환경이 지난해에 예외적으로 좋았던 것"이라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마진이 줄어들 것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