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소한 습관이 운명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단 하나의 습관 /연준혁 지음 /위즈덤하우스 /280쪽 / 1만3800원
추사 김정희는 최고의 중국통이었다. 하지만 중국을 다녀온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럼에도 중국통이라는 명성을 얻은 비결은 ‘정보의 끈’을 항상 놓지 않았던 습관 덕분이었다.

그는 청나라 연경을 방문했을 때 최고의 명사였던 옹방강과 완원을 만나 교분을 맺었고, 귀국 후에도 편지를 통해 중국 학자들과 교류했다. 당쟁에 얽혀 제주도로 유배를 떠났을 때도 중국의 최신 동향에 관심을 가졌다. 제자 이상적은 연경에 갈 때마다 책과 자료를 구해다 줬다. 이상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린 그림이 바로 ‘세한도’다.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미생물학자이기 이전에 놀이와 게임의 달인이었다. 포커, 체스는 물론 골프와 탁구 등 스포츠에도 능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나의 골프채만 들고 18홀을 돌고, 심지어는 누워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특이한 방식으로 퍼터를 잡고 쳐보기도 했다. 엄격한 미생물학도 놀이처럼 즐겼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놀이 정신을 통해 얻은 결실이었다.

역사 속에는 이처럼 ‘단 하나의 습관’으로 운명을 바꾼 이들이 많다. 《단 하나의 습관》은 역사 속 인물들이 습관의 씨앗을 어떻게 심고 가꿨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사소한 차이》《보이지 않는 차이》 등 ‘차이’ 시리즈로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을 천착해온 저자는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습관’에 주목한다.

연설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도 평소 좋은 문구를 외워둔 덕분에 위기를 넘긴 마틴 루터 킹, 신하의 보고 문서에 꼬박꼬박 답장을 써 부패한 관료제를 바꾼 청나라 옹정제 등도 습관을 무기로 삼아 운명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사례다. 세종의 습관은 토론과 경청을 즐기는 것이었다. 저자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습관은 세종에게 늘 자신을 점검하고 추스르게 하는 힘이자,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게 하는 힘이 됐다”고 말한다. 책은 역사 속에서 습관의 힘이 돋보이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김정희의 정보를 소중히 여기는 습관을 마크 저커버그나 김성근 감독에게서 찾는 등 과거와 현대를 가로지르며 습관의 일관된 힘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을 위대하게 변화시켰던 습관에는 평범한 것도 있고 비범한 것도 있다”며 “비범하다고 해서 겁먹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명심할 점은 모든 습관에는 그 시작이 있다는 것. 그는 “습관은 어느 날 문득 다짐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며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몸에 익으면 바로 자신만의 습관이 된다”고 강조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