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선박 수주취소·연기 사태, 상반기중 마무리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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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 남상태 조선협회장·대우조선 사장남상태 한국조선협회 회장(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터져 나온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사례에 대해 “2008년 말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대형 조선사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는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부가 선박 수요 꾸준…올 해양플랜트 대거 발주
상반기만 수십억弗 전망
우리가 달아나는 속도 '中 추격'보다 더 빨라
남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다동 대우조선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조선·해양산업 현안과 전망을 설명했다.◆“컨테이너·벌크선 중국과 출혈경쟁”
그는 “글로벌 선주사들이 2008년 말 이후 발주한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에 대해 크기나 종류 변경을 요청하면서 선박 계약 내용이 일부 바뀌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매출 면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 취소의 경우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사례가 많지 않고 (수주 취소가) 나올 만한 것들은 이미 거의 다 나왔다”고 덧붙였다.
수주 전망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공급 과잉에 직면한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은 발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작년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본격화한 주요 선진국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과 세계적인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선 분야에선 국내 조선사끼리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수십억달러 해양플랜트 나올 것”
올해 조선업계의 화두로는 ‘해양플랜트’를 꼽았다. 남 회장은 “미국 셰브론,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할 해양플랜트를 대거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양플랜트는 발주 건당 수주액이 10억~20억달러로, 올 상반기에만 수십억달러 규모의 관련 설비 발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경쟁 국가들과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려놓은 상태여서 이른바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대부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조선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붙였다.
무서운 후발주자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선 “중국이 우리를 쫓아오는 속도보다 우리가 달아나는 속도가 아직 더 빠르다”며 “당분간 중국은 기술 격차로 LNG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중국 정부가 선박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정책적인 면에서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까 우려된다”고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누적 신규 선박 수주량과 수주금액 면에서 중국을 2~3배가량 앞섰다. ◆“선박금융 축소 중소 협력사에 악영향”
한국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남 회장은 “향후 중국이 기술력을 확보해 LNG운반선과 드릴십(원유 시추설비) 시장을 넘보면, 우리는 서브시(sub sea·해저) 분야를 개척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브시는 깊은 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뽑아내 해상으로 보내지 않고 바로 정제할 수 있는 ‘바닷속 공장’과 같은 개념의 설비다.
뚜렷해지고 있는 조선사 간 양극화에 대해선 “주력 선종과 사업부문에서 차별화가 진행되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벌크선과 중소 유조선 등의 분야에서 맞붙어 경쟁하긴 쉽지 않게 됐다”며 “중소 조선사와 관련 기자재 업체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나 (대형 조선사의) 위탁경영, 기술 전수 등의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국내 조선·해양산업이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책·금융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산업은 기술과 돈이 합쳐져야 돌아가는 업종”이라며 “기술은 기업이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확보하면 되지만, 선박금융은 정부와 금융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수출입은행이 조선업체들에 대한 선박 제작금융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은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요즘처럼 시황이 안 좋을 때 조선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줄이면, 조선사가 중소 기자재 협력업체들에 주는 선지급금이 줄어드는 등 파장이 전이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신흥국들이 조선·해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세제 지원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선박금융을 제공해주는 이유를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남겼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