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만 쫓는 대기업 신제품 발표회…스타마케팅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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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는 나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1000가지 생각을 거절하는 것.” …. 지난해 전 세계에 추모 물결을 일으킨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잡스는 특유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유명했다. 애플의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잡스의 말 한 마디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애플의 신제품은 단순히 성숙한 기술과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아이디어와 가치관을 집약시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업의 신제품 설명회가 단순히 제품만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 버전과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신제품이라도 잡스의 설명을 얹으면 ‘혁신’이 됐다. 신제품 발표회는 기업과 최고경영자의 비전을 소비자들에게 알린 마당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신제품 발표회는 다소 차이가 난다. 연예인 스타들이 없는 신제품 설명회는 상상하기 힘들다. CEO가 직접 나서 제품 특성이나 기업 가치 등에 대해 전방위 설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프레젠테이션 풍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새해 첫 주 생활가전 1·2위를 다투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삼성이 5일로 발표 일정을 잡자 LG는 하루 앞당겨 4일 신제품을 내놨다. 하루 간격으로 열린 발표회였지만 진행 절차는 비슷했다. 유명 스타가 무대 전면에 서서 인지도를 이용해 주목을 끌면 회사 관계자가 제품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톱스타 내세운 LG…제품 설명은 따로따로지난 4일 서울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열린 LG의 ‘2012년형 휘센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는 영화배우 조인성과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화려한 등장으로 시작됐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참석자들의 이목은 두 스타에게 집중됐다. LG는 두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1위 에어컨’을 뒷받침하는 두 인물의 스타성을 부각시켰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디자인·사업계획 등으로 나뉜 담당자들의 제품 설명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노창호 AE디자인연구소장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 바람을 강조했다. 그는 휘센의 새 디자인에 대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깨끗하고 상쾌한 바람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업계획 발표는 노환용 AE사업본부장(사장)이 맡았다. 노 사장은 “신제품 판매를 늘리고 고층 빌딩 공조 분야를 강화해 매출을 작년보다 10% 늘릴 목표”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날 ‘챔피언 윈도우’ ‘스페셜’ ‘에이스’ 등 새로운 모델 40여개를 선보였다. 매직윈도우, 매직윙디자인, 매직라이팅 등 올해 세 가지 핵심 컨셉트도 소개했다.공들인 신제품 소개에도 불구하고 이슈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을 LG전자의 기자로 소개한 배우 조인성은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데, LG전자 소속인 손연재 선수의 성적을 어떻게 전망하냐”고 질문해 설명회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노환용 사장은 LG전자의 신제품 설명회에서 “손연재 선수 파이팅!”을 외쳐야 했다. LG 휘센의 2012년 슬로건인 ‘바람을 안다, 그래서 1등이다’는 이날 화제가 되지 못했다.
삼성, 4년째 김연아 업었지만 에어컨 실적은 부진LG가 신제품을 발표한 다음 날 삼성전자도 새 에어컨을 들고 나왔다. 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2012년 삼성 스마트에어컨 Q’ 신제품 발표회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문제명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맡았다. 제품 컨셉트는 김연아 선수, 세부 설명은 문제명 상무로 나뉜 분업체제였다.
지난해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뽐내며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운 김연아 선수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새 출발에 방점이 찍힌 연설은 수차례 연습한 듯 막힘이 없었다.
그는 “벤쿠버에서 우승한 뒤 한국을 대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경험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 선수는 이어 “삼성 스마트에어컨은 삼성 스마트에어컨 'Q'로 새로 태어난다”는 말과 함께 올해로 4년에 접어든 삼성전자와의 호흡을 과시했다.
이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연아 선수의 CF가 상영됐다. 그는 발랄한 연기로 ‘똑똑한Q, 깨끗한Q, 시원한Q, 알뜰한Q’ 등 삼성 스마트에어컨 Q의 네 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문제명 상무는 김연아 선수의 ‘큐(Q)사인’과 함께 등장했다. 문 상무는 “에어컨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스마트에어컨 Q가 그 답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앞서 김연아 선수가 강조했던 ‘똑똑한 Q’와 관련해 직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기기를 조작하는 시연을 벌이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의 후광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삼성 스마트에어컨은 제품 불량까지 겹친 상황에서 LG와 맞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품 사라지고 스타만 남은 '신제품 설명회'
경영 이념이나 기업 가치 찾기 어렵다
광고에서 신제품 발표회까지 이어지는 기업의 톱스타 마케팅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부 이현우 교수는 기업이 신제품을 처음 선보일 때 톱스타에 의존하는 현상을 두고 “스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신제품을 연결시켜 대중의 호감을 사려는 전략”이 라며 “잘못 활용하면 사람들이 스타만 기억하고 제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품과 기업의 가치를 동일시하기 위해선 경영인이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며 “잡스가 그 자체로 애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혁신이었고 최첨단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사례로 2011년 '안풍(安風)'으로 선거판을 흔들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시리즈를 꼽았다.
경쟁사 언급 않기는 '불문율'…약점 노출 꺼려
LG와 삼성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고모델 기용과 발표 일정을 두고 각을 세우는 등 한 걸음 뒤에서 서로를 의식하는 눈치다. 에어컨 신제품 설명회에서도 양사의 경쟁을 의식한 기자들의 질문이 어김없이 쏟아졌다.
앱을 이용한 원격조정 등 양사 제품은 공교롭게도 냉각 구조의 상당 부분이 겹쳤다. 기술의 선후 관계를 묻자 삼성 측은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고 “최적점을 찾는 부분에서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LG의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삼성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LG 측은 “(삼성·LG는) 서로 지향점이 달랐다” 며 “삼성은 디자인으로 갔고 우리는 품질·성능·에너지 절전으로 갔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전략 면에서 양사의 경쟁 구도를 묻자 “경쟁사와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관계”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 놨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애플의 신제품은 단순히 성숙한 기술과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아이디어와 가치관을 집약시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업의 신제품 설명회가 단순히 제품만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 버전과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신제품이라도 잡스의 설명을 얹으면 ‘혁신’이 됐다. 신제품 발표회는 기업과 최고경영자의 비전을 소비자들에게 알린 마당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신제품 발표회는 다소 차이가 난다. 연예인 스타들이 없는 신제품 설명회는 상상하기 힘들다. CEO가 직접 나서 제품 특성이나 기업 가치 등에 대해 전방위 설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프레젠테이션 풍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새해 첫 주 생활가전 1·2위를 다투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삼성이 5일로 발표 일정을 잡자 LG는 하루 앞당겨 4일 신제품을 내놨다. 하루 간격으로 열린 발표회였지만 진행 절차는 비슷했다. 유명 스타가 무대 전면에 서서 인지도를 이용해 주목을 끌면 회사 관계자가 제품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톱스타 내세운 LG…제품 설명은 따로따로지난 4일 서울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열린 LG의 ‘2012년형 휘센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는 영화배우 조인성과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화려한 등장으로 시작됐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참석자들의 이목은 두 스타에게 집중됐다. LG는 두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1위 에어컨’을 뒷받침하는 두 인물의 스타성을 부각시켰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디자인·사업계획 등으로 나뉜 담당자들의 제품 설명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노창호 AE디자인연구소장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 바람을 강조했다. 그는 휘센의 새 디자인에 대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깨끗하고 상쾌한 바람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업계획 발표는 노환용 AE사업본부장(사장)이 맡았다. 노 사장은 “신제품 판매를 늘리고 고층 빌딩 공조 분야를 강화해 매출을 작년보다 10% 늘릴 목표”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날 ‘챔피언 윈도우’ ‘스페셜’ ‘에이스’ 등 새로운 모델 40여개를 선보였다. 매직윈도우, 매직윙디자인, 매직라이팅 등 올해 세 가지 핵심 컨셉트도 소개했다.공들인 신제품 소개에도 불구하고 이슈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을 LG전자의 기자로 소개한 배우 조인성은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데, LG전자 소속인 손연재 선수의 성적을 어떻게 전망하냐”고 질문해 설명회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노환용 사장은 LG전자의 신제품 설명회에서 “손연재 선수 파이팅!”을 외쳐야 했다. LG 휘센의 2012년 슬로건인 ‘바람을 안다, 그래서 1등이다’는 이날 화제가 되지 못했다.
삼성, 4년째 김연아 업었지만 에어컨 실적은 부진LG가 신제품을 발표한 다음 날 삼성전자도 새 에어컨을 들고 나왔다. 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2012년 삼성 스마트에어컨 Q’ 신제품 발표회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문제명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맡았다. 제품 컨셉트는 김연아 선수, 세부 설명은 문제명 상무로 나뉜 분업체제였다.
지난해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뽐내며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운 김연아 선수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새 출발에 방점이 찍힌 연설은 수차례 연습한 듯 막힘이 없었다.
그는 “벤쿠버에서 우승한 뒤 한국을 대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경험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 선수는 이어 “삼성 스마트에어컨은 삼성 스마트에어컨 'Q'로 새로 태어난다”는 말과 함께 올해로 4년에 접어든 삼성전자와의 호흡을 과시했다.
이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연아 선수의 CF가 상영됐다. 그는 발랄한 연기로 ‘똑똑한Q, 깨끗한Q, 시원한Q, 알뜰한Q’ 등 삼성 스마트에어컨 Q의 네 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문제명 상무는 김연아 선수의 ‘큐(Q)사인’과 함께 등장했다. 문 상무는 “에어컨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스마트에어컨 Q가 그 답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앞서 김연아 선수가 강조했던 ‘똑똑한 Q’와 관련해 직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기기를 조작하는 시연을 벌이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의 후광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삼성 스마트에어컨은 제품 불량까지 겹친 상황에서 LG와 맞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품 사라지고 스타만 남은 '신제품 설명회'
경영 이념이나 기업 가치 찾기 어렵다
광고에서 신제품 발표회까지 이어지는 기업의 톱스타 마케팅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부 이현우 교수는 기업이 신제품을 처음 선보일 때 톱스타에 의존하는 현상을 두고 “스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신제품을 연결시켜 대중의 호감을 사려는 전략”이 라며 “잘못 활용하면 사람들이 스타만 기억하고 제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품과 기업의 가치를 동일시하기 위해선 경영인이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며 “잡스가 그 자체로 애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혁신이었고 최첨단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사례로 2011년 '안풍(安風)'으로 선거판을 흔들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시리즈를 꼽았다.
경쟁사 언급 않기는 '불문율'…약점 노출 꺼려
LG와 삼성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고모델 기용과 발표 일정을 두고 각을 세우는 등 한 걸음 뒤에서 서로를 의식하는 눈치다. 에어컨 신제품 설명회에서도 양사의 경쟁을 의식한 기자들의 질문이 어김없이 쏟아졌다.
앱을 이용한 원격조정 등 양사 제품은 공교롭게도 냉각 구조의 상당 부분이 겹쳤다. 기술의 선후 관계를 묻자 삼성 측은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고 “최적점을 찾는 부분에서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LG의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삼성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LG 측은 “(삼성·LG는) 서로 지향점이 달랐다” 며 “삼성은 디자인으로 갔고 우리는 품질·성능·에너지 절전으로 갔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전략 면에서 양사의 경쟁 구도를 묻자 “경쟁사와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관계”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 놨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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