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연 초부터 분 '포퓰리즘 광풍'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정책입니다. 지금 서울시 재정 상황에선 이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없습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0~2세 유아에게 국가가 보육료를 전액 지원키로 한 데 대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국회가 지난 연말 2세까지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안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중앙정부의 예산과 별도로 서울시는 692억원의 보육예산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됐다. 무상보육 확대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 중 하나다. 한나라당은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복지 정책을 따라한다’는 야당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무상복지를 시정 전면에 내세운 서울시조차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할까.

표만 바라보는 여야의 복지 포퓰리즘은 새해 예산안을 말그대로 누더기로 만들었다. 정치권은 0~2세 무상보육에 3698억원의 예산을 추가한 것을 비롯해 대학등록금 지원 3200억원, 무상급식에 1200억원의 예산을 늘렸다. 뿐만 아니라 취업활동수당 1529억원,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1549억원,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예산 823억원 등의 예산도 모두 반영했다.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나름대로 이유와 명분도 있다. 무상보육료 지원만 해도 저출산 현상 해결과 여성인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여야 정치권의 누구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구호만 요란할 뿐 국가 재정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복지 포퓰리즘의 광풍만 불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정치권을 필두로 정부와 지자체까지 얼마나 많은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낼지 연초부터 걱정이 앞선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 우리는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것일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