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고용마법은 없다…성장+구조개혁뿐

勞·使·政 기득권 버리고 생산성 높여야
‘일자리 창출’이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자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자’고 외치고 있다. 기업들도, 노동계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공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상당수 정치인들은 ‘수도권은 안 된다’고 고집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구 이해관계가 더 관심이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을 더 뽑으려면 경기가 나빠질 때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것에 반대한다. 일자리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다.

기업들도 신규 고용에 소극적이다.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는 이미 채용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킨다.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겠다’는 말만 한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의료와 교육, 환경 규제를 풀어 서비스 일자리를 더 만들자고 외치지만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는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외친 서비스산업 육성은 ‘말의 성찬’이었다. 10% 안팎의 고성장 시대에는 ‘성장 엔진’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잠재성장률이 4% 안팎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산업생산 10억원당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1995년 24.4명에서 2000년 18.1명, 2005년 14.7명, 2009년 14.2명으로 낮아졌다. 생산설비가 자동화돼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경제 성장’에만 맡기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정규직에게만 일자리를 몰아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월평균 근로시간이 193.2시간이던 정규직의 근로시간은 2010년 194.4시간으로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이 기간 171.4시간에서 164.2시간으로 줄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일자리를 더 만드는 방안으로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 사회 내부의 구조개혁’을 제안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려면 모든 계층이 일자리 창출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말로만 일자리를 외치고 잇속만 챙기는 위선은 버려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역 이기주의, 더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 논리까지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계는 ‘안정된 일자리’라는 노동조합 논리를 버려야 한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효율 극대화를 양보해야 한다. 기득권을 깨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장경제의 틀을 새로 짜는 구조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면 경제성장과 함께 ‘쌍끌이’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