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최고면 된다고?…고객 마음까지 읽어라

오렌지가 딱 하나 남았다. 어린 딸내미 둘이 서로 자기에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공정한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둘로 쪼개서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손으로 쪼개다 정확히 반으로 나누지 못한다면 작은 것을 받게 된 아이가 울고불고 할 것이다. 이공계 사람들은 더 나은 해결책을 내기도 한다. 한 아이에게는 둘로 나눌 권리를 주고, 자르지 않는 딸에게 고르라고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것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작은 것을 갖게 된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당신을 미워할 것이다.

자, 당신이 최선을 다해 ‘정확하게’ 반으로 잘라 둘에게 하나씩 나눠줬다고 하자. 그것으로 끝난 걸까. 흐뭇해하는 당신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큰 딸은 껍질은 버리고 속만 쏙 빼먹고 작은 딸은 속을 버리고 껍질만 갖고 레몬잼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아이들에게 오렌지를 갖고 뭘 할 것인지만 제대로 물어봤어도 둘 다 행복할 수 있었다. 이런 ‘불행’과 ‘낭비’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이럴진대 하물며 기업과 고객 사이의 오해와 미스매치(miss match)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상품’만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반드시 사갈 것이라는 믿음이 헛되다는 건 기업에 다니는 사람만 잘 모르는 세상의 현실이다. 사용자(user)가 제품을 고르고 사용하는 습관인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지배하는 기업이 결국 승리하게 돼 있다.

고객에게 제대로 물어라. 이왕이면 세심한 눈으로 살펴 그 마음 속까지 읽어라. 어쩌면 우리는 고객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것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