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팬 500명과 이메일 소통…빠른 농구 만들어 위기 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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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프로농구연맹 총재“답은 현장에 있더군요. KGC와 SK의 경기가 열린 안양실내체육관에 간 적이 있는데 관중이 꽉찼고 예매율도 90%를 넘었더라고요. 유료 관중이 늘었다는 게 고무적이었어요. 취임 후 4개월 동안 가장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평가할 땐 아직 낙제점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이 노력해야죠.”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지난해 9월 한국프로농구의 수장으로 취임한 한선교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사진)는 농구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프로농구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총재를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만났다.“올해는 관중이 작년보다 10% 늘어 12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SK와 KCC가 맞붙은 지난 8일엔 잠실학생체육관에 8900여명이 들어와 올시즌 최다 관중을 기록했지요. 올 들어 자발적인 관중이 늘고 있습니다. 경기도 박진감 넘치고 작년 꼴찌팀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농구는 1997년 프로 출범 직후 반짝 인기를 끌다 최근 몇 년간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상당수가 초대권 관중이었고, 신분증만 있으면 네 명까지 무료로 입장시키는 구단도 나올 정도로 유료 관중이 적었다. 비농구인 출신인 한 총재가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주 7일 KBL로 출근하고 있어요. 여의도는 일이 있을 때 갑니다. 가능하면 농구장에 가서 경기를 보려고 해요. 안 되면 사무실에서 TV로라도 중계방송을 보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요.”한 총재는 팬들과 소통을 제 1과제로 삼고 있다. 인터넷의 농구 관련 카페에 자주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400~500명의 골수팬과 이메일을 교환하고 있다. 김승현 선수의 복귀나 용병제도 변경 등도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했다. 또 경기를 보다 박진감 넘치게 만들기 위한 변화도 주도했다.
“한국 특유의 농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속공 위주의 빠른 농구야말로 한국 농구가 살아남을 길이라고 봐요. 그동안은 속공을 하려고 해도 수비가 미리 파울로 끊어버렸어요. 올 시즌엔 인텐셔널 파울을 더 자주 불도록 심판들에게 요구했습니다. 블록슛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도록 했더니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더군요.”
그는 이달 말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특급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등 은퇴한 스타 선수들이 맞붙는 레전드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것. 이제는 30~40대가 된 농구대잔치 시절의 열성 여성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농구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미국 농구의 슬로건은 ‘꿈과 희망’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가르침을 줘야 합니다. 심판들에게는 ‘오심은 인정해도 사심은 인정하지 못한다’고 얘기했어요. 열심히 해서 한국농구판을 새롭게 했다는 박수를 받고 싶습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