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선서 박근혜와 '진검승부'

한국정치 여성대표 시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25년간 여성운동을 해온 여성계의 대부다. 북한 평양에서 태어난 한 대표는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 1967년 결혼했으나 결혼 6개월 만에 박 교수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13년간 옥바라지하며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한 대표도 여성운동 초창기 소외계층 여성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다 1979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간 투옥됐다.

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9년 정계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첫 여성 국무총리를 지냈다. 200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5번으로 16대 국회의원이 되면서 본격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온화한 성품인 한 대표는 2009년 ‘총리 재직 시 5만달러를 받았다’는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수난을 거듭했다. 이 와중에 치러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접전 끝에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셨다. 검찰 수사로 시련기를 겪었지만, 그는 일단 무죄판결을 받아내면서 ‘철의 여인’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한 대표의 당선으로 여의도 정치권은 ‘여풍(女風) 당당’ 시대를 맞았다. 한 대표와 함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심상정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주요 정당 대표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제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인생의 대부분을 대통령의 딸로 살았던 박 위원장과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표 간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박 위원장은 2004년 탄핵 후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노무현 정부 시절 재·보선에서 ‘40 대 0’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승부처는 4·11 총선이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 모두 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가도에서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