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JIT원칙'버리고 在庫늘리기 나서

안정적 생산기반 확보 위해…他회사도 동참
작년 11월 日기업 재고량 증가율 13년來 최고

< JIT : 적시생산시스템 >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의 손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사진). 그는 최근 일본 TV 프로그램에 출연, “도요타마저 일본 생산을 줄인다면 이 나라는 어찌될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혼다와 닛산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있지만 도요타는 앞으로도 ‘일본 내 생산 300만대’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56%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상황은 좋지 않다. 그의 복안은 엔고(高) 대지진 등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 도요타 성장의 비결인 ‘적시생산시스템(JIT·just in time)’을 버리는 대결단을 내린 배경이다.◆가이젠을 가이젠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도요타가 내비게이션용 반도체칩 재고를 2개월치 비축하기로 결정하는 등 재고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재고로 쌓이는 부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1990년대 초 ‘가이젠(改善)’이라는 구호 아래 ‘JIT’라는 혁신적 생산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정 효율화와 부품 단순화 등을 통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부품만 들여오는 시스템을 개발, 재고량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앞다퉈 도요타식 생산 방식을 도입했고, JIT는 제조업체의 기본 매뉴얼이 됐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재고회전(매출/재고자산)은 1990년대 10회 안팎에서 2010년엔 13.6회로 높아졌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대지진과 태국 홍수라는 돌발 악재를 겪은 뒤 상황이 급변했다.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1위를 유지하던 세계 시장점유율도 3위로 떨어졌다. 도요다 사장은 적정 재고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자동차 종류와 생산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던 부품의 설계를 통일하고, 부품 공급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쪽의 부품공장이 멈춰서더라도 다른 쪽에서 곧바로 동일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재고 늘리는 일본 기업

도요타를 모방해 재고량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오던 일본 기업들도 줄줄이 ‘변절’하기 시작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일본 기업의 재고량은 전년 동월 대비 8% 늘었다. 1998년 3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부품을 쟁여놓기 위해 지급한 ‘재고투자액’도 급증했다. 작년 7~9월 자본금 10억엔 이상인 일본 제조업체들의 재고투자액은 총 2조70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로 불어났다. 고노 료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이 관리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사시를 대비해 보험에 든다는 기분으로 재고를 점차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 JIT

just in time. 부품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재고를 쌓아두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없애고 5분 단위로 생산량 조절이 가능해 수요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요타가 1970년대 처음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