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자원개발 테마…'옥석가리기' 돌입

대표종목 잇따라 퇴출…투자자 신뢰 잃어
대우인터·LG상사 등 내실있는 기업은 재평가
‘다이아몬드 개발주’로 찬란하게 등장했던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 하지만 찬란한 주가 대신 남은 것은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다이아몬드 게이트’다.

개미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자원 개발 테마도 언제부턴가 힘을 잃었다. 글로웍스 핸디소프트 등 대표 종목이 잇달아 퇴출된 데 따른 ‘학습 효과’가 컸다. 대신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 꾸준히 해외 자원 투자를 늘려온 대기업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자원개발주도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셈이다.◆반토막난 CNK 주가

CNK는 18일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8월 1만8000원대까지 급등했지만 지금은 7770원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2010년 12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소식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했지만 매장량 부풀리기와 내부자 거래 의혹 등에 휩싸이며 투자자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혐의로 CNK 관계자들을 제재했다.

실체 없는 재료에 급등락했다는 점에서 과거 자원 개발 테마주들과 다르지 않은 결말이었다. 자원 개발 테마는 2007~2008년 급부상, 바이오 테마와 함께 증시를 주름잡았지만 실제 성과를 낸 곳은 드물었다. 2008년 몽골 희토류 광산을 개발한다고 공시했던 네오리소스는 1년6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석탄 산업에 나선다던 아이알디,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한다고 공시했던 우수씨엔에스도 결국 상장폐지됐다. ◆자원 개발 테마주 절반은 퇴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자원 개발 관련 내용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 두 곳 중 한 곳은 3년 이내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규선 게이트’의 주인공 최규선 씨가 이끄는 유아이에너지는 한때 이라크 유전사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분식회계설에 휩싸이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자원 개발은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크다”며 “핵심 사업 대신 이런저런 자원 개발에 손을 댄 한계기업들의 결말이 특히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자원 개발을 공시한 기업 가운데 현재 상장된 기업은 케이앤컴퍼니 테라리소스 등 10여개다. ‘테마주 전성시대’라지만 케이앤컴퍼니가 나흘 연속 하락하는 등 자원 개발 테마는 잠잠하다.

◆자원 개발 우량주에 주목

자원 개발을 내건 모든 기업이 외면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체 있는’ 사업에 나선 자원 개발 기업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상사들이 대부분이다.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는 최근 이틀 연속 상승했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와 유가 급등이 최근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몇 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자원 개발 사업이 마침내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이익을 달성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자원 개발 분야에서도 높은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구의 생산이 올해 하반기 본격화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미얀마 가스전의 상업 생산도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LG상사에 대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MPP광구의 생산량이 2010년 200만에서 지난해 260만으로 증가하면서 세전 이익이 급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이란 제재와 중국 등의 경기 회복에 따라 유가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실 있는 자원 투자를 해온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적절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