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두려워 말라, 백척간두 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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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연초는 기업에선 흥분의 시기다. 인사철, 정확히는 승진철이어서다. 곳곳에서 의자의 주인이 연쇄적으로 바뀌며 새로운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하는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있다.
흥분의 시기엔 누구나 들뜨게 마련이지만, 이 시대에 최고경영자(CEO)가 된 사람들은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 사실은 자신의 새 자리를 두려워해야 정상일지 모른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옳을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서다.문제는 세계경제가 모두 연결돼 있는 요즘 같은 글로벌 경영의 시기에는 일을 새롭게 벌이지 않는 것 역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키아의 추락을 가까이서 지켜본 글로벌 컨설턴트의 말을 빌리면, 노키아가 애플 등의 약진을 지켜보며 ‘망설인’ 시간은 불과 9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 9개월 대응이 느려도 세계적 물결에 쓸려가고 마는 것이 요즘이다. 기술 발전과 새 상품의 확산 속도는 과거와의 비교를 불허한다. 선도하지 못하면 밀려나고, 밀려나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대전쟁의 시대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CEO, 그것도 한국 대표 기업의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반드시 살아남아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라도 두려운 자리가 되는 것이다.
원래 최고경영자는 고독한 자리다. 의논할 사람이 없고 참조할 사례도 적다. 결국 책임은 전부 자신의 몫이다. 이런 시대의 경영자는 더욱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한다. 외부의 고수들, 특히 다른 업종의 경영자들을 만나 교류하고 외국의 동향에도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그렇게 깨달은 경지를 ‘백척간두(百尺竿頭)’라고 부른다. 남이 볼 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대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지만 스스로는 조마조마하기가 이를 데 없는 그런 곳 말이다.그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야 한 걸음을 떼도 평지와는 다른 경지가 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역사를 바꾸는 진일보(進一步)가 일어나는 것이다. 한국을 넘어서는 글로벌 CEO의 등장, 올해 승진한 CEO들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