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은퇴·부유층·해외 '성장 3각축'…글로벌 보험사 속도낸다

Cover Story - 삼성생명

생보사 세계 10위
국내보험사 첫 순익 1조…숱한 위기에도 끄떡없어
고객의 믿음이 성장원천

패밀리오피스가 떴다
자녀·명예·커뮤니티…자산 넘어 '가문' 관리
국내 2금융권 처음으로 자산 규모 150조원 돌파, 고객 수 820만여명, 소속 설계사(FC) 3만8000명. 국내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의 현주소다. 은행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지표다. 증권시장 시가총액도 17조~18조원 수준으로 신한금융에 이어 국내 금융권 2위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332위를 기록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위에 포함됐다. 생명보험사만 따지면 세계 10위다.실적도 지속적인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당기순이익은 1조9248억원을 기록, 국내 보험사 최초로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서울보증보험 자산유동화증권(ABS) 상환에 따른 대손충당금 환입(4400억원)과 유가증권 매각(470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순익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1 회계연도 순이익도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올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고객 사랑이 가장 먼저다1957년 창립된 삼성생명은 54년 동안 보험업계 1위를 지켜왔다. 회사 측은 그 비결이 고객들의 ‘믿음’에 있다고 강조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재무 건전성,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체계적인 교육체계에서 나오는 전문화된 역량 등이 고객 신뢰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들은 대부분 ‘삼성생명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며 “회사보다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고객사랑 경영이 삼성생명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랑 경영은 2010년 12월 박근희 사장이 부임하면서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박 사장은 삼성생명의 새로운 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 사랑’ 브랜드를 제시했다. 보험의 본질은 사랑이므로 고객을 사랑하는 기업,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박 사장은 “고객이 없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고객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임무”라며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대하는 마음으로 모든 고객에게 사랑과 정성을 다해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은퇴·부유층·해외시장이 세 가지 성장 축

삼성생명은 올해 경영 방침을 ‘창의적 변화, 혁신, 도전’으로 정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과 고객,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은퇴시장 부유층시장 해외시장 등 세 가지 성장 축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우선 은퇴시장에서는 지난해 문을 연 은퇴연구소를 중심으로 노후 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에 노력하는 한편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퇴직연금시장에서는 국내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장기 자산운용 역량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부유층시장을 겨냥해서는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총 자산 100억원(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가문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삼성 패밀리오피스’를 개설했다.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는 자산관리 서비스 중 최상위 모델로, 최근 외국 선진 금융기관들이 VVI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 도입하고 있다.

삼성 패밀리오피스는 자산 관리는 물론 자녀 관리, 명예 및 가치 관리, 커뮤니티 관리 등을 포괄하는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은행과 증권사의 금융상품 투자 중심의 프라이빗뱅킹(PB) 모델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생명은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서울 강북권, 2014년에는 부산 등 전국으로 패밀리오피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시장은 이미 진출한 중국과 태국에 이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을 집중 개척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 태국 등 8개국에 12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 톈진 칭다오 등 3곳에 설립된 분공사(分公司)를 2015년 8개로 늘려 영업 거점을 확대키로 했다. 태국에서는 법인대리점(GA) 채널 조직을 1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박 사장은 “일단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더 체력을 다진 후 도전할 것”이라며 “제2 중동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중동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경영에도 박차

삼성생명은 올해 임직원 및 설계사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쓸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이 솔선수범해 고객과의 접점인 현장영업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 3일부터 울산을 시작으로 현장 방문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전국 800개 모든 지점을 찾을 예정이다. 박 사장은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현장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이 전파하고 있는 소통 바이러스는 회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의 모바일화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임직원의 스마트폰에 사내 인트라넷인 ‘싱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이전에는 상급자가 외출하면 돌아올 때까지 결재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 앱에는 메일 조회, 결재, 임직원 조회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어 회사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박 사장은 “작년에도 전국 800개 지점 중 절반 이상을 찾았지만 올해는 더 자주, 더 가까이 현장과 함께 호흡하겠다”고 말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