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소비자' 못따라 가는 기업…모바일 마케팅 설계 서둘러야

한경 BIZ School - 경영학카페

PC시대는 이미 끝나…정보 쏟아내면 소비자 외면
게임하듯이 흥미 느껴야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써보겠다고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잔뜩 다운받아 놓았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피자를 주문해 보기로 했다. 설치를 끝내고 앱을 실행시키니 콩알만한 피자들이 휴대폰의 좁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글자가 잘 안 보인다. 확대, 축소를 반복하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놈을 골랐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니 주문을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 필요하단다. 컴퓨터(PC)를 켜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드디어 회원이 됐다. 다시 전화기로 돌아와 팝업 창을 뒤져가면서 집주소를 찾고 마지막 번지 수는 손으로 쳐 넣었다. 피자 한 판 주문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다음 번엔 전화로 주문하지 싶다.

정보통신의 주인공은 더 이상 PC가 아니다. 모바일 기기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사용자 역시 갈수록 스마트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스마트폰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마트폰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정보 제공 위주의 PC시대 마케팅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일단 모바일 기기는 화면이 작고 입력하기 불편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키보드만 띄워도 화면 절반이 날아가 버린다. PC처럼 많은 정보를 쏟아내려다가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기 딱 좋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용자의 반응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관적이고 재미있어야 한다. 쉽고 흥미롭게 따라 하다가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미국 피자헛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듯이 쉽고 재미있게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센서 기능을 활용한 주문 앱을 개발했다. 원하는 피자 종류를 선택하면 아무 것도 올려지지 않은 피자 한 판이 나온다. 손가락 두 개를 올려놓고 벌리면 피자 사이즈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이런 방식으로 미디엄, 라지, 스페셜 중 원하는 사이즈를 고른다.

다음은 토핑을 고르는 단계다. 토핑의 종류와 분량이 설명돼 있지 않다. 그저 화면 위쪽에 피망, 소시지, 버섯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그중 하나를 골라 피자로 드래그하면 토핑이 피자에 뿌려진다. 치즈가 더 필요할 땐 스마트폰을 흔들어주면 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피자헛처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기계적인 불편함만 넘어선다면 모바일 기기만의 장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한다는 장점이 있다. 주머니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출퇴근길과 잠자리, 심지어는 화장실에까지 들고 다닌다. 제대로 공략하기만 하면 소비자의 자투리 시간까지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 주변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티켓몬스터나 그루폰코리아 등 PC 기반의 웹 사이트를 운영해오던 소셜 쇼핑업체들이 모바일 앱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앱을 실행하면 모바일 사용자가 있는 곳 주변의 쿠폰을 보여준다. 근처에 있는 업체에서 새롭게 쿠폰이 발행되면 스마트폰의 푸시 기능을 활용,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구매하고 근처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마케팅 업체 주가라(Zugara)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 ‘가상 탈의실(virtual dressing)’을 개발했다. 앱을 실행하면 온라인에서 고른 옷을 자신의 사진에 입혀볼 수 있다. 옷의 모양새나 사이즈, 위치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화면 터치 몇 번이면 색상이나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 입어본 옷이 마음에 들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지인들의 평가를 부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쇼핑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하니 입어볼 수 없어 온라인 쇼핑을 망설이던 사람들에게는 획기적인 소식이다. 정리해보자. 스마트폰은 PC가 아니다. PC처럼 큰 화면으로 풍부한 정보를 주지도 못하고 키보드나 마우스로 빠르게 정보를 입력할 수도 없다. 하지만 PC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PC에서 쓰던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하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스마트폰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한 마케팅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우창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