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진통제는 이제 그만…

직장인 김모씨(34)는 한달에 한번씩 빠짐없이 찾아오는 생리가 두렵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리통을 겪기 마련이지만 김씨는 특히나 심한 통증으로 생리 기간 중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생리통으로 인해 한달에 한번 의무적으로 병가를 내기도 했다. 김씨는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다고 판단, 병원을 찾아 생리통을 치료하기로 마음 먹었다.

생리통이란 생리를 시작하기 전이나 생리 진행 중 혹은 생리가 끝난 이후까지도 하복부나 허리 등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생리통은 생리를 하는 여성의 50% 이상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대부분은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김씨처럼 20%에 달하는 여성들이 매우 심한 통증으로 인해 심하면 실신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생리통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여성들은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 보는 생리통

원인은 다양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궁 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 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자궁 근육이 심하게 수축되고 국소 빈혈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 결과로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때로 몸이 차가워도 심한 생리통으로 고생을 더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풍한’이라고 한다. 체질적으로 몸이 차거나 차가운 기운이 침입해 충분한 영양 공급과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해 하복부와 손발이 냉할 때 생리통이 발생한다.어혈이 뭉친 경우도 원인 중 하나다. 어혈이 뭉치면 평소에도 허리가 자주 아프고 생리를 할 때 덩어리진 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심한 통증을 동반하고 정신적인 건강, 약한 기운, 신체적 결함 등이 생리통의 이유로 꼽힌다.

◆생리통 분류

한방에서는 생리통을 네가지로 분류한다. 기체혈어형, 한습응체형, 기혈허약형, 간신휴손형 등이다.기체혈어형은 월경 시작 하루나 이틀 전에 발생해 배, 가슴, 옆구리에 팽창하는 듯한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월경색이 검붉고 보통의 사혈 덩어리나 막 같이 생긴 덩어리가 보인다. 이런 경우 활혈화어로 피를 활성화시키고 어혈을 제거하거나 이기행체로 기를 움직이게 해 체한 것을 움직이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한습응체형은 아랫배와 손발이 차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생리전 몸살 증상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차가운 것을 피하고 따뜻하게 보하며 기체활어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기혈허약형은 월경이 끝나고 난 후 찾아오는 증상으로,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프면서 안색이 창백해지고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피를 보하고 기를 돋우는 보혈익기 치료법이 적절하다. 간신휴손형은 월경색이 연하며 허리가 시리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귀가 울리는 증상이다. 한방에서는 통상 신을 보하는 보신양혈법으로 통증을 없앤다.

다양한 생리통의 증상에 대해 박웅 경희보궁한의원 원장은 “증상별로 생리통의 치료를 구분하면서도 동시에 노폐물 배출과 혈액순환을 돕는 약물 치료를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더불어 좌훈요법과 약물요법 등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생리통. 하지만 일상생활을 힘겹게하는 생리통은 반드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박 원장은 “진통제가 아닌 한방의학으로 생리통의 고통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웅 경희보궁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