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0건 상담…중동 '의료한류' 바람

두바이 국제의료기기 전시회 가보니

가격+품질+디지털 경쟁력…아프리카서도 관심
정부차원 지원 아쉬움도
“나는 바쁘지 않아요. 의자들이 좀 바쁠 뿐이죠”

디지털 엑스레이 유방촬영기 제조업체인 바텍의 서상혁 부장은 25일(현지시간) 부스로 찾아오는 상담객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느라 하루종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23일부터 27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 ‘아랍 헬스 2012’ 현장. 서 부장은 자회사인 휴먼레이 및 레이언스 관계자들과 함께 제품 구매 문의를 위해 부스를 찾은 바이어들을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모습이었다.인근 부스에서 만난 소니월드(음파진동 운동기기 생산업체) 해외영업 담당 이현정 씨는 “부스에 전시한 제품 두 개가 모두 행사 첫날 팔려버렸다”면서 “스위스에서도 제품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귀국하자마자 물건부터 보내야 할 상황”이라고 즐거워했다.

재활치료기 및 피부미용기기 생산업체 대양의료기의 윤정섭 이사는 “행사 첫날인 23일부터 하루 평균 70~80명의 바이어를 만나고 있어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동 의료기기 시장에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바람의 세기는 중동의 경제 중심지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 기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 62개국 2170개 기업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11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메디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제 전시회. 아프리카 중동 인도 지역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몰리는 올해 첫 국제 전시회다.이번 행사에 한국에서는 총 150여개의 대·중소기업이 참가했다. 지난해(120여개)보다 25% 이상 늘었다. 박희병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전무는 “늘어난 참가업체 수는 한국 제품에 대한 중동지역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는 근거”라면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25일까지 사흘 동안 참가업체당 하루 평균 30~40명의 바이어를 상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중동지역 한류 바람의 원인으로 가격과 품질, 디지털화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산은 품질은 최상위 수준이면서 가격은 최상급인 유럽산보다 싸면서 중국산보다는 크게 비싸지 않다. 여기에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의료장비 디지털화에 나서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엑스레이 장비를 만드는 동강의료기의 이준혁 대표는 “종전 2만달러짜리 엑스레이 장비를 디지털화해 올해 8만달러에 내놨는데 이집트 앙골라 수단 같은 아프리카 국가부터 오만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까지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진료장비를 만드는 참메드의 이호식 대표는 “행사 기간 상담 건수가 많아 귀국 후 적잖은 결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사단법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윤영로 원장은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엔드유저와 맞부딪치는 전시회 현장에 대한 지원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인 삼성메디슨의 여청모 두바이 지사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의료기기 ‘빅3’로 불리는 GPS(GE 필립스 지멘스)도 지난해보다 규모를 늘렸고 중국은 부스를 두 배나 늘렸다”면서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전시회에 대한 지원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