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3세, 제빵시장 진입장벽 낮아 쉽게 뛰어들어

대기업 빵시장 진출 실태
가맹점 3000곳 파리바게뜨…대기업 진출과는 사정 달라
재계 2, 3세들이 대표적인 골목상권 업종으로 꼽히는 빵집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풍부한 자금과 인맥, 정보 등을 이용해 동네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대기업 때리기에 본격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재벌 자녀들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벌이기로 했다.

◆누가 뛰어들었나베이커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계 2, 3세들은 삼성 롯데 신세계 등으로 다양하다.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결정한 삼성은 호텔신라를 통해 아티제란 빵집을 운영해 왔다. 2004년 스타벅스 커피빈 등에 대항해 토종 베이커리형 커피 브랜드로 론칭, 27곳에 점포를 낸 상태다. 홈플러스와 함께 ‘아티제블랑제리’란 빵집도 만들었다.

신세계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SVN을 통해 외식사업을 하고 있다. 달로와요, 데이앤데이, 베키아 앤 누보, 패이야드, 원컵케익 등의 브랜드가 있다. 프랑스 제과 브랜드인 달로와요는 1999년 신세계 광주점을 시작으로 10개 점포가 들어섰다. 데이앤데이는 이마트 118여개 점포에 입점해 있으며, 고급 빵집 겸 파스타 식당인 ‘베키아 앤 누보’는 신세계 본점 및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 관련 빵집으로는 포숑이 대표적이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가 지분 70%를 갖고 있는 블리스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롯데백화점 매장 7곳에 입점해 있다.전문가들은 재계 2, 3세들이 베이커리 시장에 잇따라 뛰어든 것은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그룹 계열사를 통할 경우 손쉽게 사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빵 전문업체는 별개로 봐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식산업이 발전하면 프랜차이즈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재계 2, 3세들이 진출한 직영 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대표적이다. 전국에 3000여개 매장을 내고 동네 빵집의 상권을 침범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60년 넘게 제빵·제과를 주력업종으로 삼아 사업을 추진해온 점에서 재계 2, 3세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도 프랜차이즈의 브랜드와 공급시스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주 대부분이 소자본으로 시작한 자영업자들”이라며 “이들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말하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1945년 설립된 빵집 상미당에 뿌리를 두고 삼립식품, 샤니, 파리바게뜨 등으로 사업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한국 베이커리 문화를 해외에 수출한 점도 평가받는 대목이다. 중국과 미국에 각각 74개와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싱가포르와 베트남에도 진출할 계획이다.대기업이 운영하면 잘된다는 주장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1년 사이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300곳가량 늘어나는 동안 뚜레쥬르는 1400개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2010년부터 공격적 출점전략을 접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뚜레쥬르는 1997년 CJ그룹이 퇴직 직원에게 창업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이후 일반 창업희망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급성장했다.

동네 빵집들도 모두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다. 김영모제과 태극당 등 중소 빵집들도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에 소속되지 않은 자영업자 제과점은 2003년 초 1만8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4000여개로 감소했다.

김철수/조미현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