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화 50년] 故 최종현 SK회장의 꿈 '원유에서 섬유까지'

육지 원전 실현

최첨단 정제기술로 UAE 등 30여개국 수출…14국 26광구 석유개발, 올 자원분야 1조 매출
1991년 6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은 ‘원유에서부터 섬유까지’란 그룹의 꿈을 마침내 달성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당시 SK울산콤플렉스에 에틸렌 생산시설 등 9개 공장을 한꺼번에 준공하면서 정유·석유화학·필름·원사·섬유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는 의미였다. 이로부터 21년이 다시 지나 꿈(경영전략)은 현실로 완성됐고, 이후 수직계열화를 이룬 각 분야들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그룹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 매출(2010년 기준 45조8669억원)과 수출(27조7208억원)을 각각 10배와 27배 이상 키워놨다. SK의 석유사업 부문의 지주회사 격인 SK이노베이션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 소속 울산콤플렉스에는 여의도 면적의 2배에 가까운 826만㎡(250만평)에 원유저장시설, 정유공장, 중질유 분해공장, 나프타 분해공장, LPG 지하암반 저장시설, 송유관, 전용 부두가 모두 모여 있다.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화학 공장이다. 여기서 생산된 석유제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 10여개 산유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SK에너지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처럼 당당한 수출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47년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최첨단 정제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기술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출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미래 에너지를 확보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2010년 SK에너지의 수출액은 21조1137억원.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은 58.9%였다. 2008년에는 27조원을 넘어서 수출액 비중이 60%를 기록하기도 했다.

SK에너지는 특히 유형의 석유제품뿐 아니라 무형의 기술 수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47년간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면서 획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화한 결과다. 2010년 9월에는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이 준공한 베트남 최초 정유 공장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맡기로 하고,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 100명을 파견하기도 했다.

울산 공장은 1990년에 준공된 이후에도 끊임없는 투자가 진행됐다. 2000년대 중반 2조원가량을 투자해 중질유 분해시설, 윤활기유공장 등을 건설했다. 2008년 말에는 1000만배럴 이상의 석유운반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부두시설을 확충했다. SK그룹의 수직계열화는 원유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로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 14개국 26개 광구에서 석유자원개발을 진행 중이고, 자원개발 분야에서만 지난해 7830억원 매출에 이어 올해 첫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SK그룹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은 석유만이 아니다.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종현 회장과 울산 - 기업사랑 '울산대공원'으로 화답

울산 남구 옥동에 들어서 있는 울산대공원은 SK가 2006년 울산시민들에게 선사한 ‘울산발 기업사랑의 값진 선물’로 회자되고 있다. 무료 공원인 울산대공원의 크기는 369만㎡(약 110만평) 규모로 110만 울산시민에게 1인 1평씩 공원을 나눠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덕분에 당시만 해도 7대 광역도시 중 공원 면적 꼴찌였던 울산은 단숨에 공원 면적 1위 도시로 올라섰고, 공해도시 이미지도 사라졌다. 공원 개발에 투자한 사업비만 1020억원에 이른다.

SK가 이렇게 울산대공원 개발에 발벗고 나선 데는 “울산시민의 성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그 이윤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라”는 고(故) 최종현 회장(사진)의 유지가 있었다.최 회장은 살아생전 울산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항상 직원들에게 “울산은 중화학공업단지가 밀집해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만큼 환경오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울산대공원 조성 사업은 1998년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된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에 이어 최 회장마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대회장의 뒤를 이은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강력한 유지이자 시민들과의 약속”이라며 공원 조성 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