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꼼꼼하게, 행복한 '100세 시대'…생애 재무설계 올 가이드

"0.1% 슈퍼리치 잡자"…은행·보험·증권사 마케팅 경쟁

진화하는 VVIP센터

전담직원만 10명 넘고 세무 전문가 등 팀플레이
상속·자녀교육 서비스에 여행땐 항공권 업그레이드
‘상위 0.1% 슈퍼부자를 잡아라.’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거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은 한꺼번에 목돈을 맡기는 성향이 있어 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데다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어서다. 특히 30억원 이상 현금 자산을 맡기는 초부유층의 경우 전체 자산이 그 10배인 3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금융계의 계산이다.○올해가 ‘VVIP 마케팅’ 원년

신한금융그룹은 올해부터 ‘VIP(우량고객)’와 차별화한 ‘VVIP(초우량고객)’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부유층을 상대하는 ‘신한 PWM(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센터’를 상반기에 모두 8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기존 PB(프라이빗뱅커) 영업은 현금자산 5억원 이상 고객이 대상이지만 새로운 VVIP 마케팅은 자산이 최소 30억원 이상인 초부유층이 핵심 표적이다. 신한은 이들을 ‘프리빌리지(privilege·특권)’ 고객으로 따로 분류해 투자는 물론 상속 증여 가업승계 부동산자문 등 대부분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기로 했다.국민은행도 최근 서울 강남과 명동에 예탁금 30억원 이상 고객만을 상대하는 ‘스타 PB센터’를 잇따라 열었다. 강남 스타PB센터는 VVIP 고객 전담 직원만 16명으로, 일반 영업점 전체 직원 수를 넘어선다. 기존 PB 영업이 은행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한다면 스타 PB센터는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 기업 컨설턴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을 관리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모여 팀플레이를 하면 VVIP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서울 강남에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에게 가문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삼성 패밀리오피스’를 열었다. ‘한국의 록펠러 가문을 만들어준다’는 목표 아래 자산관리는 물론 자녀 인성교육,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사회공헌 자문 등 명문가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강북, 2014년에는 부산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삼성증권은 초부유층을 위한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고객 2000여명에게서 평균 40억원씩 총 8조원이 넘는 자산을 확보했다.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금융사들도 앞다퉈 초대형 PB센터나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카드사들도 VVIP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연회비는 부유층 대상 VIP 카드라 하더라도 200만원이 최고였다. 그런데 올해는 KB국민·삼성·현대카드 등이 연회비 300만원짜리 카드를 내놓는다. 이들 카드는 호텔 예약과 항공권 업그레이드, 외국 유명 CEO(최고경영자) 초청 강연, 공항 의전, 명품 할인 등 부자 고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수수료 없지만 자사 상품 위주

거액 자산가들이 각 금융회사의 VVIP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우선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층을 조기 확보하려는 금융사들의 고육지책이다.

거액 자산가만을 위해 차별화한 투자상품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사모펀드다. 자산가 5~6명으로만 펀드를 구성해 특정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시간 안에 펀드를 구성했다가 시장 상황에 맞춰 해지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투자와 부동산 상속 증여 자녀교육 인맥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외국 투자은행들이 부자 고객이 맡긴 자산의 1~2%를 자산관리 수수료로 받는 것과 차이가 있다. 다만 자사 상품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흠이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중세 서양에서 성을 지키는 집사를 가리키는 말인 ‘컨시어지(concierge)’처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즉각 제공한다는 의미다.한 카드사 관계자는 “VVIP 카드는 모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카드를 제공해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