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통큰' 주주배정 증자의 세가지 속내

연예매니지먼트 대장주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가 최근 584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주주배정)를 결정했다.

상장사의 대규모 주주배정 증자는 통상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로 주가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SM 주가는 정반대로 연일 뛰어오르고 있다.1주당 0.1주를 무상으로 배정하지만 10% 무증에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드문 경우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SM이 선택한 증자 방식에 '눈길'…가장 여유로운 자금조달

SM은 사전에 이러한 결과를 예측한 것일까. 더욱이 주주배정 증자는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이다. 제3자배정, 일반공모 방식에 비해 최장 1개월 보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SM은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에 유·무상 증자를 실시하기에 앞서 증권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SM은 이 신고서에서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 등의 해외사업 확대와 영상 컨텐츠 제작사업, 디지털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조달'이라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놨다.

SM은 사실상 채무변제 등을 통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또는 당장 진행 중인 신규사업에 쓰기 위해 서둘러 자금을 조달하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주주배정 증자는 증자방식 중 할인율이 가장 큰 방식(단, 액면가 이상 가격)이다. 제3자배정 방식은 10%, 일반공모 방식은 30% 이내로 할인율이 정해져 있지만, 주주배정의 경우 회사가 자유롭게 할인율을 결정할 수 있다. SM은 이번에 2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즉 일반공모 할인율보다 더 비싼 가격대인 것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주주배정 증자의 경우 최대주주와 경영진들이 향후 주가전망을 밝게 보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면서 "식을 줄 모르는 K-POP 열기로 주가흐름이 가장 좋을 때 미리 자금을 마련해 놓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SM, 신인 데뷔 및 해외사업 등 YG·JYP 앞설 듯

SM이 이번 증자로 외부에서 수혈받게 될 신규 자금은 약 440억원으로 예상된다. SM은 그 만큼 신인들의 해외진출 및 신규 사업 등을 벌이기에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말 상장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는 기업공개(IPO)를 거쳐 이미 자금을 모았기 때문에 당분간 자금 조달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JYP Ent. 역시 2PM 등의 소속사 제이와이피와 합병 이슈가 불거져 나오고 있어 단순한 자금 조달은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제도팀 관계자는 "새내기 상장주식이라 하더라도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모든 경영활동을 벌일 수 있으며, 제3자배정 증자 방식처럼 보호예수 기간 등의 제한사항은 없다"면서 "다만 새내기주는 공모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수개월 이내에 유증을 발표하는 사례를 드물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천하삼분(天下三分)'으로 나뉜 연예매니지먼트사 3곳 중 앞으로 SM이 가장 과감한 투자 집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M의 해외로열티 매출 구성은 종전까지 일본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국 등으로 점차 다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한국과 중국 등에서 동시 데뷔하는 신인그룹들이 속속 가세해 올해 기업의 외형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주가 급등'이 달갑지 않은 이유

SM은 신주배정 기준일을 내달 3일로 결정했다. 따라서 주주배정 및 무증 대상 주주들이 확정되면 동시에 유·무상증자에 대한 권리락도 실시될 예정이다. 권리락은 기준주가 대비 신주의 프리미엄 만큼 시세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3월초 구주주에 대한 청약이 실시되고,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가 다시 진행된다. 최종 미달분에 대해서는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잔액인수하게 된다. 현재까지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3월말이나, 금감원이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내달 1일까지 장내에서 SM의 주식을 사면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해 돈을 지불하고 신주를 부여받을 수 있다. 0.1주의 '공짜 주식'도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권리락일 이후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 신주를 받아도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SM의 경우 신주를 받으려는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인 대우증권에 따르면 내달 1일까지 주식을 취득해야 신주 배정 권리가 생기는 만큼 수일째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

대우증권은 이러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SM의 주가급등에 과연 웃음짓고 있을까. 잔액인수 계약 방식으로 주관사를 맡았기 때문에 '좌불안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M&A 전문가는 "잔액인수 계약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은 잔액인수금액에 대해 최대 20%까지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실제 청약일을 전후해 주가상황이 좋아야 당사자들 모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M의 청약일정은 한 달 이상 남아있어 지금 당장 주가상승은 사실 달갑지 않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