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구를 위한 '휴일근로 제한'인가

강성노조에 기업경쟁력만 약화
국제무대서 창칼없이 싸우는 격
근로자도 원치않는다는 것 깨닫길

유지수 < 국민대 교수·경영학 >
지난 수십년간 세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는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했다. 근자에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가 붕괴 위험에 처했다. ‘복지지상주의’를 외치던 나라들이다. 몰락과 붕괴에 직면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편향된 정부정책이다. 국민이 적게 일하고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려는 정부정책이 결국 살기 어려운 세상을 만든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정부의 균형된 정책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복지와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야 한다. 아무리 여론이 무섭다고 해도 정부는 국민의 장기적 평안을 위한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의 정책은 걱정스럽다.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한도를 휴일근로를 포함해 총 12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에서는 대부분 주중 5일간 약 10시간의 평일 잔업을 하고 있다. 만일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를 총 12시간으로 줄이면 사실상 주말특근은 할 수 없게 된다.휴일특근 불인정 제도는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는 노동경직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노조도 강성이다. 사실상 기업은 전환배치, 전직, 해고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유연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근제도다. 시장수요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증가할 때 주말특근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 못하게 하면 기업 경쟁력은 큰 손상을 입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점차 통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제도는 국가경제의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노조가 번갈아 기업을 때리는 형국에서 경제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래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관세라는 빗장을 풀어버리고 서로 상대방 시장에서 경쟁력이라는 진검으로 승부를 내자는 것이다. 비겁하게 관세로 경쟁을 피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으면 한판 승부에서 승리해 상대방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빗장 풀어 놓고 창, 칼 다 버리면 우리는 당연히 패배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을 더 높여서 상대방 시장에 더 많이 팔아 경제를 살려야 한다. 적어도 경쟁력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FTA를 살리려면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FTA는 개방형 시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방형에서는 경쟁력이 생명이다. 개방해 놓고 경쟁력을 죽이면 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점차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노조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많은 노동자가 아직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복지보다는 더 일해서 더 많이 받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휴일 특근 제한은 당사자인 노동자도 원하지 않는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한을 한다면 노사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노동자는 소득감소, 사측은 시장대응력 상실로 이어진다.

혹자는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특근을 없애고 임금은 기존과 같이 주면 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노동자가 적게 일하고 임금을 많이 받는 국가가 고용창출을 할 수는 없다.

일 안하고 돈 많이 받던 그리스를 보라. 우리나라는 복지의 유혹에 빠져 있다. 복지의 가장 좋은 동반자는 경쟁력이다.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복지는 결국 기업 몰락을 자초한다. 경쟁력 제고가 복지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고용노동부가 중요한 전제조건을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유지수 < 국민대 교수·경영학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