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엔低'에 신났다

80엔대 안착땐 경상익 4% 증가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자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80엔대를 유지할 경우 환율 효과만으로 올해 일본 주요 기업의 경상이익이 4%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달러당 80엔대를 유지했다. 이달 들어서만 3엔 이상 떨어졌고, 작년 10월 말 일본 외환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할 당시에 비해서는 5엔가량 하락했다. 자동차 전자 등 일본 주요 수출기업들은 ‘단비’를 만났다. 일본 기업들이 작년 말 경영계획을 짜면서 예상했던 올 1~3월 중 평균 환율은 달러당 75~77엔대였다. 최근의 엔화 가치보다 3~5엔가량 높은 수준이다.

예상 밖의 엔저(低)는 기업 수익 증가로 직결될 전망이다. 혼다자동차는 환율이 달러 기준으로 1엔 움직일 때마다 영업이익 규모가 150억엔씩 변동한다. 혼다의 당초 예상 환율은 77엔. 올 한 해 엔화 가치가 80엔대를 지속하면 영업이익이 연간 500억엔 가까이 늘어난다. 달러당 76엔을 상정했던 TDK도 올 1~3월에만 20억엔가량의 환율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대에 안착하면 주요 기업의 경상이익이 연간 기준으로 4%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고(高)에 눌려 있던 주가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달 3일 이후 8% 이상 뛰었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의 증시는 2~4%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출기업 주가가 특히 강세다.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이달 들어 18% 상승했고,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낸 파나소닉과 소니도 20%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료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이너스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 전체적으로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