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우 名家 '대도식당' 200억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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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주인 바뀐 서울 대표 고깃집거의 반세기 동안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온 서울 왕십리의 한우전문점 ‘대도식당’의 주인이 바뀐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제국 주방 상궁이 비법전수…월 매출 10억
아들 경영 소홀로 빚더미…부산 삼미건설서 인수
서울 홍익동 대도식당 본점은 부산의 삼미건설이 최대주주인 (주)삼미에 최근 200억원가량에 팔렸다. 식당을 판 돈은 식당 창업자 한 모 할머니의 맏아들인 조모씨가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갚는 데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점 외에 ‘대도식당’이라는 간판을 쓰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분점도 14곳이 더 있는데 식당이름 사용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 상황이다.‘대도식당의 맛’을 유지해달라는 새 주인 삼미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지금 창업주는 월 500만원을 받는 월급사장으로 지내고 있다.
50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맛으로, 서울의 대표 한우전문점으로 자리잡았던 대도식당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3일 정오께 찾아간 서울 홍익동의 ‘대도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360석 규모의 좌석 절반이 찼다. 대부분 손님들은 주인이 바뀐 사실조차 알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손님들과 달리 음식을 나르는 직원들은 왠지 예전의 활력을 잃은 느낌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이곳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자초지종을 넌지시 물었다. 끈질긴 질문에 그는 “창업주의 아들이 식당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눈물이 나죠. 할머니께서 50년 동안 일궈놓은 식당인데….하루 아침에 월급쟁이 사장이 됐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대도식당 본점의 주인이 바뀐 과정에는 번성했던 사업가의 적지 않은 굴곡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강북 최고의 한우전문점으로 명성을 떨치던 대도식당은 창업주의 아들 조모씨(54)가 사업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지인인 금모씨는 “식당 경영에 몰두하지 않고 다른 일에 한눈을 팔면서 상당한 빚을 지게 됐고 이로인해 식당을 넘겨 줄 위기가 여러번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0년 가정사에 다른 불행도 덮쳤다. 그 이후 지인들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도식당은 식당이 자랑해온 대로 왕실의 음식과 서민의 입맛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음식점이었다. 창업주인 한 할머니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1897~1970)의 주방 상궁인 한상궁으로부터 궁중 음식 솜씨를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도 함평 청정지역에서 그날그날 명품 한우를 들여와 궁중식대로 두꺼운 무쇠 주물판 위에 구워 판매했다. 가격도 다른 식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별히 비싸지 않았다. 이후 입소문을 타며 1964년 문을 열 당시 8개였던 식당 내 좌석은 어느덧 360개로 늘었다.
한 할머니는 요즘 지리산에 머물고 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전문경영인이 따로 있어 가끔씩 깍두기 등을 담그기 위해 본점 식당을 다녀가곤 한다. 식당 관계자들은 “최근 할머님의 주름이 더 깊어진 것 같다”며 “황실의 맛을 전수받은 몇 명 안되는 장인인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우섭/하수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