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킬링필드' 되나…안보리 제재 결의안 부결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대량 학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추진한 시리아 제재 결의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무기 판매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시리아 정부를 두둔하고 있고 서방세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부결됐다고 5일 보도했다. 이날 유엔 1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13개 이사국은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국은 작년 10월에도 아랍연맹과 유럽의 시리아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리비아 사태에서 보듯 외부의 강력한 제재가 오히려 민간인 희생을 늘리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국제사회가 시리아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날 시리아 정부군은 시민군 근거지인 홈스를 공격, 하루에만 260명을 학살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제재에 반대하는 것은 무기 판매 및 중동 영향력 확대 등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대니얼 트레이스먼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를 비호하는 것은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는 러시아의 군사전략에서 중요하다. 시리아 타르투스에 있는 러시아 해군기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거점이다. 경제적 이익도 크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팔기로 계약한 무기는 50억달러어치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 시리아를 방문, 20억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판매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AFP통신은 “중국은 시리아가 유럽연합과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정권이 바뀌며 서방의 영향력아래 놓인 리비아처럼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동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서방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