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년전 횡령·배임 혐의' 뒤늦게 공시…이례적 '신속 심사' 형평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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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2박 3일 혼란'한화가 매매거래 정지를 가까스로 면했지만 시장의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1년 전 혐의로 뒤늦게 상장폐지 실질심사 직전까지 간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다. 이례적으로 신속했던 상폐 대상 제외 결정은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한화가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공소장을 받은 것은 작년 2월10일이다. 언론을 통해서도 혐의 내용이 알려졌지만 정작 기업 공시가 뜬 것은 1년 후인 지난 3일이었다. 거래소도 그동안 한화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 공시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거래소는 지난해 4월 횡령·배임에 관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을 법원의 확정 판결부터 검찰의 기소 단계까지로 확대했다. 횡령·배임 사건이 기업의 건전성과 영속성에 큰 타격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는 기업이 횡령·배임 발생을 공시하지 않아도 관련 풍문이 돌면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등 엄격하게 대응해왔다.
한화 역시 지난해 2월 공소장을 받은 즉시 공시했다면 이번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거래소 측은 “한화 측이 공시업무상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며 “공시 지연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거래소의 이례적인 신속 심사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도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까지 올랐다가 회사의 개선 계획을 이유로 거래 정지 직전에 제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마니커의 경우 매매거래정지 이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까지 3주가 걸렸다. 코스닥 기업은 횡령 사건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더욱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일부 코스닥 투자자들은 ‘대기업 특혜’를 문제삼아 거래소를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횡령·배임 사건의 실질적 영향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다 보니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이번 횡령·배임 혐의가 입증돼도 기업의 영속성을 해치는 정도까지는 아닌데 횡령·배임액이 자기자본의 2.5%만 넘으면 무조건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규정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필요하게 불안을 겪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