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아파트 · 나전칠기 휴대폰 케이스…'한류 3.0 시대' 는 전통문화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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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지난해 문화계 최대 화두는 한류였다. 최근 일본 한류 현장 방문을 통해 한류가 여러 방면으로 퍼지고 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와 아시아에 쏠렸던 시기가 한류 1.0 시대라면 한국 콘텐츠가 K팝 등으로 다변화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신한류를 한류 2.0 시대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한류문화진흥단 출범…전통문화 대중화 이끌 것
K팝, 드라마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글, 한식, 한국의 순수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의 수강생 수는 2008년 약 4000명에서 2011년 약 2만4000명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는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에서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폭과 내용을 넓히는 지속 가능한 한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생산 유발 효과가 5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국문화 전반으로 한류가 다양화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류문화진흥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국문화의 대중화·정보화·세계화를 통해 한국문화 전반에 한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한류문화 진흥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전통문화 한류, 현대문화 한류, 문화산업 한류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우리 문화의 근원인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 전략을 수립, 발표했다.전통문화는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문화부에서는 우선 전통문화의 가치 및 인식 확산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국민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 우리가 보고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전통문화가 융화돼 생활 속에서 전통문화를 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생각해보자. 문화부 청사가 우리의 전통한옥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최초의 한옥 동사무소인 혜화동 주민센터의 사례처럼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곳은 바로 공공기관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방 이전 공기업 등 공공건물에 기와지붕, 전통창호 등 전통 건축 요소를 접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아파트 호텔 등 민간 부문의 현대적 공간에 한국적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품격 모델을 개발하고 선도 시범 사례를 조성해 확산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코리아 스타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고가구가 어울리는 인테리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한옥 등 전통적이지만 새로운 인테리어 모델을 제시해 많은 국민들이 쉽게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두 번째로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들을 생각해보자. 전통문화 장인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이너가 협업(collaboration)해 만든 나전칠기 스마트폰 케이스, 민화를 프린트한 티셔츠, 한복의 동정과 고름을 접목한 재킷 등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한국적 색채를 지닌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문화부에서는 이런 협업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한지 상품 개발 경연대회, 문화 원형을 활용한 콘텐츠 공모전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전통문화 자원이 현대생활에서 쓰임새가 많아지도록 대중화 정책도 꾸준히 펼쳐 나가고자 한다. 장관 임명식과 같은 국가 주요 의례에서 한복을 입고 한지로 된 임명장을 받으면 어떨까? 이를 위해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다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또 정부의 각종 상장, 표창장, 외교서한 등을 우수한 품질의 전통 한지로 제작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상징물로 만들 계획이다.마지막으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의 콘텐츠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단군신화부터 시작해 조선시대까지 수많은 이야기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문화부는 스토리텔링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의 멋, 한국의 얼, 한국의 흥 등 한국문화의 유전자를 발굴해 보편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확산하고자 한다. 아울러 역사·인문학자 및 국악인과 방송국 PD, 작가와의 협업 채널을 마련해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전통문화를 통한 한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문학, 미술, 순수예술 등 현대문화 진흥 계획과 영화, 게임 콘텐츠 등 문화산업 측면의 진흥 계획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종합적 한류 전략을 통해 민간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 나갈 것이다. 한국문화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류 3.0 시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